김정주 건국대 자연과학대 교수 최근 뼛조각이 들어 있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를 놓고 미국이 우리에게 하는 태도를 보면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지가 언제인데 다이옥신까지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은 뼛조각을 허용할 것과 전수검사를 폐지하고 표본검사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으로 뻔뻔한 노릇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하여 우리나라 소비자가 아직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측은 이미 세차례나 수입조건을 위반한 채 쇠고기 수출을 강행했지만, 번번이 국내 반입이 무산됐다. 미국은 당초 약속한 수입위생조건을 지키려는 노력에는 관심이 없고, 이 문제를 외교 계통을 통하여 정치적으로 풀려 하고 있으니, 이것이 친구의 나라에게 할 짓인지 묻고 싶다. 최근에는 미국 측 FTA(자유무역협정) 수석대표를 비롯한 미국 의회와 정부 측에서 쇠고기 뼛조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FTA 협상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다. 한국 국민의 절반이 반대한 한·미 FTA를 무산시킨다 한들 눈 하나 깜짝할 우리가 아님을 저들은 잘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의 한 관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뼈가 들어 있지 않은(boneless)’이라는 표현에 대하여 한국과 미국 간 해석이 다를 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검출된 뼛조각은 가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유입되는 것으로 ‘위생’ 문제가 아닌 ‘품질’의 문제인 만큼 검역당국이 관여해서는 안되고 양국의 수출입 업자 간 계약조건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터무니없음의 극치요,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미국은 오는 5월 열리는 OIE(국제수역사무국) 광우병 위험등급 평가위원회에서 미국이 상위등급을 받을 경우 어떤 나라와도 쇠고기 교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이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지금까지 지켜왔던 수입위생조건을 고수하겠다는 우리의 입장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우리의 기본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소비자의 생명을 담보로 잡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미국 측 주장에 대하여 우리 농림부장관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뼛조각 문제는 검역과 위생의 문제지, 품질 문제나 상업적 거래가 아님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달 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농업 고위급 협의에서 우리 측은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 또는 폐기하는 ‘부분 반송’을 시행한다는 입장으로 물러났다. 이에 따라 국내 축산농가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아무리 미국이 미국산 쇠고기에서 검출된 뼛조각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해도 그것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광우병 위험물질이 0.001ｇ이라도 인체에 유입되면 인간광우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을 뿐 아니라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묻어 들어온 뼛조각에는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우리 수의 전문가들이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는 한 ·미 FTA와 연계시킬 사안이 아니며, 뼛조각이 크든 작든 국민의 건강을 위한 위생의 문제인 만큼 우리의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는 물론 이와 연계하여 추진되는 한·미 FTA라면 반대함이 마땅하다. jjkim@kku.ac.kr [최종편집 : 2007/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