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 여론 호도…정부도 파장 최소화 가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 이후 일부 언론이 농업에 미칠 피해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정부도 협상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등 사실을 왜곡해 농업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앞으로 농업분야 피해대책 마련은 물론, 예산확보 과정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왜곡 지나쳐=우선 중앙 일간지인 ‘ㅈ일보’는 4일자 1면 머릿기사로 “UR(우루과이라운드), 한·칠레 FTA 때도 (농업계는) ‘망한다’고 했지만, 농업 체질은 오히려 강해졌다”면서 “농업계의 과장된 공포감에 정부가 세금을 농촌에 ‘퍼주기 식’으로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칠레 FTA 사례를 들면서 “칠레산 포도·복숭아·키위가 밀려와 소득이 80% 이상 감소한 농가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이 기준에 맞아 보조금을 타간 농가는 한가구도 없다”며 피해가 미미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상당 부분 왜곡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예상돼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거나 농사를 포기하고 폐업 신청을 한 농가는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 실제로 농림부에 따르면 한·칠레 FTA 체결 이후 폐업 신청 사례는 2년 만에 1만1,340농가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신문이나 방송매체들도 “한·미 FTA로 농축산물 가격이 내릴 경우 소득을 80%까지 보전해준다”며 정부가 충분한 피해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한·미 FTA 타결로 인한 피해 축소 분위기 조성은 정부도 한몫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2일 ‘한·미 FTA 타결에 따른 영향 및 기대효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쌀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고, 농수산업도 당초 예상보다는 상당 수준 피해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농림부에서도 같은 날 기자 브리핑 등을 통해 “(협상 결과에 대해) 농림부 내외부적으로 ‘이 정도면 잘 했다’는 평가가 많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피해대책 농가 기대 크게 미흡=한·미 FTA 체결에 따른 정부의 직접적인 피해 대책은 크게 소득보전직불금 및 폐업지원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소득보전직불금은 농축산물 가격이 기준가격의 8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적용되는 데다, 보전 수준도 가격 하락분의 80%에 그치고, 기준이 까다로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폐업지원금의 경우에도 해당 작목의 농사를 포기한 농가에 지원하고 다른 작목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대책들도 기존에 추진 중인 농업 경쟁력 강화 대책에 일부 내용을 보완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 재원을 ‘FTA이행지원기금’에서 충당하기로 해 자칫 겉만 번드르르한 ‘속 빈 강정’이 될 우려마저 안고 있다. 2010년까지 조성하기로 돼 있는 FTA이행지원기금 1조2,000억원은 기존 119조 투융자예산에 포함된 것인 데다, 신규예산의 경우 대규모의 기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탁명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일부 언론과 정부 예산부처가 한통속이 돼 의도적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농업의 피해를 과소평가해 분노를 느낀다”며 “협상 결과를 받아들이기도 힘들지만, 대책을 세우더라도 당장의 위기만 넘기려 하지 말고, 농업 회생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창희 기자 [최종편집 : 2007/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