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15년후 오렌지 7년후 ‘무관세’ ‘예외 없는 관세철폐’라는 미국의 파상 공세가 펼쳐졌던 농업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농업분과에서 다루는 전체 1,531개(HS 10단위 기준) 품목 가운데 37.6％인 576개 품목의 관세가 FTA 협정이 발효되는 즉시 철폐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수입액 기준으로는 75％가 15년 미만의 기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지게 됐다. 특히 쌀 이외에 시장 개방 영향을 받지 않는 품목이 하나도 없어 작목 전환을 고려하거나 농지·시설 투자를 늘리려는 농가들을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 식량작물〉 가공용은 대부분 FTA 협정이 발효되는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식용은 15년 이상의 관세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미국에게 0~1％의 저율관세가 부과되는 ‘TRQ(저율관세할당)물량’(이하 쿼터)을 내줬다. 콩의 경우 식용으로 들여오는 물량은 현행 관세(487％)가 유지되는 대신 FTA 협정 발효 첫해 2만5,000t의 무관세 쿼터가 설정됐다. 이 쿼터량은 해마다 3％씩 복리로 증가하게 된다. 또 사료·식용유·장류용은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특히 지난해 가공용으로 들어온 쿼터만도 24만6,000t에 달하는 상황에서 쿼터가 해마다 늘어날 경우 국내 콩 재배농가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감자는 콩과 마찬가지로 식용은 현행 관세(304％)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해마다 3％씩 복리로 늘어나는 무관세 쿼터 3,000t이 설정됐다. 주로 과자 제조용으로 사용되는 칩감자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관세를 전혀 물리지 않고 나머지 기간에는 7년간 관세를 매기다가 8년 이후부터는 철폐되는 계절관세가 부과된다. 또 감자분은 10년간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되, 무관세 쿼터 5,000(1년차)~6,524t(10년차) 설정이 결정됐다. 다만 감자분에 대해서는 수입량이 일정량을 넘을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ASG(농산물 세이프가드)를 적용키로 양측은 합의했다. 보리는 식용이나 가공용 모두 ASG 설정 및 1만1,500(1년차)~1만5,174t(15년차)의 쿼터를 내주는 조건으로 1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재 269~513％인 보리 관세가 철폐될 경우 국내 보리 농가가 전멸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최고 630％의 관세가 부과되는 옥수수는 보리와 같은 방식으로 7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 이와 함께 무관세 쿼터도 9만6,330~42만3,478t이나 내주게 됐다. 옥수수전분도 15년 뒤에 관세가 철폐된다. 아울러 팥·녹두·고구마·기타 서류·메밀·율무·기타 가공곡물·발효주정은 15년 내 관세 철폐, ASG 적용, 품목별 1,000t 미만의 무관세 쿼터 제공 등으로 결론이 났다. 농경연은 미국산 팥이 무관세로 들어올 경우 국산 팥 가격이 지금보다 80％나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