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현 한국농천경제연구원 농촌발전연구센터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익 논쟁이 분분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한·중 FTA마저 거론되고 있다. 바야흐로 FTA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 같다. FTA 시대의 농촌경제는 민간영역의 쇠퇴와 공공부문의 확장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FTA로 인한 농업부문에 대한 피해 보상은 결국 재정을 통해 이뤄질 것이고, 이는 농촌지역 경제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경제에서 공공부문의 비중 증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력 산업인 농업이 쇠퇴하고 이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정만이 꾸준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부 시·군단위 생산소득 통계로 미뤄 볼 때 농촌지역에서 공공서비스업은 농림어업과 제조업을 제치고 수위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 생산소득의 30% 이상을 공공서비스가 차지하는 농촌지역의 군단위 지자체도 적지 않다. 도시에서 공공서비스 비중이 점차 감소 추세에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통계상의 수치가 아니라도 농촌지역을 가보면 공공부문이 얼마나 커졌는가를 금방 알 수 있다. 인구가 줄어 썰렁한 읍·면 소재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 공공건물이다. 각종 교육이다, 신청이다, 상담이다, 농민들의 관청 출입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 농촌에서 공공부문은 서비스 공급자의 역할을 넘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활동 주체가 됐다. 공공부문에서 어떠한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민간경제활동이 달라지고 주민의 삶이 좌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공공의 도움으로 농촌경제가 이만큼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란 어렵다. 농가소득에서 직불금과 같은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공공자금에 의해서 각종 시설을 현대화하고 브랜드를 개발하며 지역을 알리는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등 경쟁력 기반을 갖추고 이를 활용해 개인이 돈을 버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은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 감사나 행정 편의 때문에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못하는 경우는 없는지,경영능력이 없는 공동경영사업체에 자금을 지원하여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는 없는지, 자기 돈이라면 하지 않을 사업을 정부 지원금을 믿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하는 경우는 없는지, 공공의 경영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사업에 손을 대다 실패하는 경우는 없는지, 공공의 개입으로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자율적인 경쟁질서가 무너져 여러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경우는 없는지 돌아보고 개선해야 한다. FTA 시대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농촌의 경쟁환경도 그만큼 치열해질 것이다. 농촌경제에서 공공 개입의 필요성이 높아지겠지만 반대로 성공 가능성은 지금보다도 낮아질 수 있다. 그만큼 공공부문에서 더 많은 성찰과 세심한 행동을 필요로 할 때이다. shpark@krei.re.kr [최종편집 : 2007/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