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후 가장 피해를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 부문에 대한 지원방식과 규모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과 재계 그리고 비농업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농업지원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농업지원의 모럴해저드’ ‘퍼주기식 지원’ 등이 바로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농업부문 투융자의 효과성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견해도 일정 부문 수용할 만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농업 부문에 대한 투융자 지원정책이 급격히 증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책목표와 사업내용 간의 상충성으로 인한 농업 구조조정 및 경쟁력 지연 현상 등은 비판적 시각을 형성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지원정책에 대한 비판의 상당 부문은 농업투융자정책의 실질적 성과가 농업의 구조적 특성상 중장기적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는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욱 크다. 사실 농업 문제는 경제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농업 부문과 비농업 부문 간의 생산성 격차와 그에 따른 소득격차에서 비롯되며, 농업의 구조조정은 결코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지지 않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발전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농업 구조조정이 이미 이루어진 선진국들과 달리 구조조정 초기 단계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FTA 협정을 통한 농산물시장 개방의 충격으로 농업 부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EU(유럽연합)·일본·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농업 부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구조조정을 해오면서 시장 개방에 대비해 왔다. 반면에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 타결 직전인 1992년에서야 처음으로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비한 42조 농어촌 구조개선대책을 마련한 후 2004년 발표된 119조 투융자정책까지 이제 겨우 10여년 남짓 농업 부문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그것도 농업인에 직접 지원되는 금액은 전체 투융자금액의 30%가량이며, 나머지 70%가량은 경지정리, 농산물 유통시설 현대화 등 농업의 하부구조 개선과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뤄지는 농촌 개발에 쓰여지는 돈이다. 물론 최근 들어 농업과 농촌에 대한 정부지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우리 농업과 농촌에 대한 지원 규모는 미약한 실정이다. 예컨대 이용 가능한 최근 자료를 통해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예산 비중을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미국 61.6%, 일본 54.6%인데 우리는 47.9% 수준이다. 또한 농가인구 1인당 정부 보조액을 살펴보더라도 우리는 1,436달러임에 반해 일본 6,679달러, 미국은 1만1,532달러로 우리의 4배 내지 8배에 달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 재정여건이 허락한다면 우리 농업에 대한 지원 폭을 오히려 더 늘려 나가야 한다. 물론 우리 농업 부문이 시장 개방 확대에 대비한 생존전략의 마련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보다 많은 자구노력과 함께 세금으로 조성되는 지원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튼 지금은 농업 지원에 대한 무용성 혹은 퍼붓기 논란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한·미 FTA 체결로 상실감에 빠져 있는 우리 농업 부문의 체질 강화와 소득안정망 구축을 위한 합리적 대책과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가 모아져야 할 때다. jeongbin@snu.ac.kr ●본 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종편집 : 2007/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