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 대한 농업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한·EU(유럽연합) FTA 협상에 나선다고 한다. 정부 일정에 따르면 이미 예비협의를 거쳐 내년 2∼3월 협상 출범선언을 목표로 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부처별로 관련 업계의 사전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한·EU FTA 협상이 농업계의 직접적 피해로 돌아오는데 있다. EU(25개국)는 자체 지리적표시제를 통해 4800여 품목 등록 보호하는 한편 WTO 규정보다 엄격한 위생 및 검역(SPS) 제도를 운영하는 농업강국이다. FTA 체결 이후 관세가 철폐되면 약 1조원의 농업생산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애써 쌀을 제외한 기타 품목 관세를 50% 인하하면 2000억원, 80% 인하시 6000억원 정도의 감소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한·EU FTA는 돼지고기와 낙농제품 등의 축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데 이에 대한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덴마크 등에서 연간 1억9500만 달러가 수입될 만큼 의존도가 높다.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이 증가될 것은 뻔하다. 이는 양측이 농업분야의 민감성을 인정해 '양허 예외품목'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EU가 유리한 입장에서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이런데도 내부적인 사전 준비는 물론 업계 의견수렴도 시작 단계라고 한다. FTA 협상에 따른 피해 품목을 파악하고 양허 품목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 2∼3월 협상 개시를 앞두고 11월에야 연구용역을 발주한다는 것은 협상의 수준만 드러낸 셈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한·EU FTA 추진을 중단하고 다른 현안부터 챙기길 촉구한다. 한국농어민신문 2006. 11. 20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