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FTA’ 우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국은 농산물 등 핵심 쟁점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협상 타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자칫 한·미 FTA가 미국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되는 ‘최악의 FTA’가 될 것이란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빗장 풀지 않는 미국=19~21일 서울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FTA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농업과 자동차 등 핵심 쟁점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우리가 양보안을 내놓아도 미국이 우리 쪽 요구를 대부분 거부한 탓이다. 농산물과 빅딜 대상으로 거론되는 승용차에 대해 우리는 미국의 관세철폐 기간을 ‘즉시’에서 ‘3~5년’도 괜찮다는 성의(？)를 보였다. 미국이 맺은 모든 FTA 협상에서 관세를 ‘즉시’ 철폐한 점을 감안할 때 매우 파격적인 것. 그렇지만 미국은 10년 이상 걸쳐 철폐하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 역시 난항을 겪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도 ‘쇠고기 문제의 조기 해결’과 ‘예외없는 관세철폐’란 원칙을 접지 않은 채 우리의 양보만 채근했다. ▶관련기사 3면 이처럼 협상이 미국 주도로 흘러가고 있지만, 미국 협상단을 배후 조종하는 미국 의회의 압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는 20일(현지시각) 한·미 FTA 청문회를 열어 쇠고기 검역 문제 및 농산물 등과 관련한 의회와 업계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을 촉구했다. 특히 협상단을 대표해 청문회에 출석한 캐런 바티야 USTR(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쌀을 포함해 예외없는 관세 철폐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더 내줘야 하는 한국=미국의 TPA(무역촉진권한)를 감안한 협상의 타결 시한은 우리 시간으로 이달 31일 오전 7시. 물론 이때까지 결판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협상 자체가 결렬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경우 다양한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미국 의회가 협상에 관여하면서 진전이 힘들어지고 결국 결렬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26일 시작될 통상장관급 회담은 한·미 FTA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미국과 달리 우리 쪽이 협상 타결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미국과 FTA를 체결할 수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는 양상이다. 미국의 대표적 관심 분야인 농산물시장을 더 열어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실무진이 모두 배제된 채 진행되는 통상장관급 회담의 성격상 자동차나 섬유시장을 얻어내기 위해 우리 농산물시장이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 협상단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농산물 희생을 전제로 한 타결’과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결렬’ 두가지로 압축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준호·김상영 기자 [최종편집 : 2007/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