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국 측은 ‘배짱 협상’으로 일관하는 반면 우리 측은 적지 않은 양보를 무릅쓰면서까지 타결에 집착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끝내 체결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차 협상 이후 서울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진행된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 측은 상당한 양보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의회의 압력을 들먹이며 ‘쇠고기 검역문제 조기 해결’과 ‘예외없는 관세 철폐’ 원칙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파상공세를 계속했다. 그 결과 핵심 농산물을 제외한 농산물의 개방 단계에 대해 대부분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26일부터 열리는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농산물을 희생양으로 하는 ‘즉흥 빅딜’로 결론이 날 위험성이 커졌다. 우리 협상단으로서는 ‘농산물 희생을 전제로 한 타결’과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결렬’ 두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익이 없으면 체결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미체결의 여지를 줬던 대통령이 ‘농어업분야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시장 원리에 맞는 경쟁력 있는 농업’을 강조해 체결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FTA 협상이 결과적으로 별 이득없는 내용으로 체결이 될 경우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범여권 정치권의 반대도 큰 상태여서 체결 결과가 자칫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통령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협상 중단’이라는 용단을 내릴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협상 시한에 쫓겨 ‘졸속 체결’로 성급한 결론을 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그동안의 협상 내용을 실익 위주로 면밀하게 따져 이익이 안되면 체결하지 않는 것이 정도다. [최종편집 : 2007/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