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버릴곳이 없다    해양배출 규제 강화되고 퇴비화도 어려워 “톱밥이 귀해져서 퇴비를 만들기도 어려운데 이젠 해양 배출마저 하지 말라고 하니 축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양돈농가 정종극씨(50·경기 이천)는 요즘 가축분뇨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해양경찰청이 이달 1일부터 가축분뇨의 해양투기에 대해 집중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해양배출업체에서 분뇨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통보해온 것. 정씨는 “축분이 쌓이면 바로 민원이 발생해 벌금을 물어야 하고 심지어는 영업 정지까지 감수해야 한다”면서 “해양 배출을 위해 고액분리기 설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배출되는 분뇨 가운데 고체로 된 분뇨에 대해서 집중단속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가축분뇨를 고체와 액체로 나눠주는 고액분리기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고액분리기를 제대로 설치한 농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해경은 이 같은 축산농가의 사정을 감안해 3개월가량 단속을 보류했지만 양돈농가들은 유예기간이 너무 짧다고 항변한다. 박호근씨(51·경기 포천)는 “고액분리기와 함께 지하에 액체분뇨를 저장하는 저장조를 따로 설치해야 하지만 땅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에 시공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대한양돈협회(회장 최영열)는 정부 지원을 받아 고액분리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사업신청과 사업자선정 및 시행에 1년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고, 성능검사까지 고려한다면 2년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12월에 정부가 불용예산을 전용해서라도 고액분리기를 설치하지 못한 농가에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축산농가들이 이처럼 고액분리기를 설치해서라도 해양 배출을 하려는 것은 가축분뇨를 깔끔하게 처리해 민원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1991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9,644억원의 비용을 들여 가축분뇨처리 시설을 지원했고, 이후에도 매년 3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어 이 같은 농가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고액분리기의 경우 돼지값이 높아 농가 수익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700만~800만원 수준이면 설치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농가에 지원한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 지원을 유보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해양오염방지법과 관련해 해양배출 단속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수년간 강조해왔으나 축산농가들이 충분히 대처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가축분뇨 해양 배출량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 해경에 따르면 해양배출 가축분뇨는 2000년 76만5,000t, 2001년 112만7,000t, 2002년 162만6,000t, 2003년 200만6,000t, 지난해는 234만6,000t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양돈농가들이 해양 배출을 선호하는 주요인은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만드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 톱밥과 같은 부숙제 구입이 어려운 데다 장기 부숙으로 악취가 심해 양돈농가들이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종한씨(65·경기 이천)는 “요즘에는 톱밥 구하기도 어렵다”면서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도 농사철만 반짝 수요가 있고 나머지는 그대로 쌓여 있어 민원 발생이 우려돼 바다에 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호천〉 fortune@nongmin.com [최종편집 : 200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