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으로 의심되는 북한산 단호박의 상당량이 국내산으로 불법 판매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창고 안에 쌓여있는 ‘북한산’이라고 표기된 단호박 박스. ‘북한산 단호박’ 둔갑유통 기승 중국산으로 의심되는 ‘짝퉁’ 북한산 단호박이 상당량은 시장에서 버젓이 국내산으로 유통되는가 하면, 국내산으로 표기해놓고 짝퉁 북한산 깐 단호박과 국내산을 섞어 불법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내산 가을재배 단호박의 출하시기와 맞물리면서 단호박값이 크게 하락, 경기 침체에다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재배농민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불법 판매 기승=12월8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재래시장 입구에 위치한 한 채소가게. 이 가게는 얼마 전 가락시장의 중도매인으로부터 북한산 단호박을 구입했다. 하지만 좌판에는 강원 횡성산 단호박만 눈에 띌 뿐 북한산 단호박은 보이지 않았다. 주인에게 “요즘 북한산 단호박 잘 팔리느냐”고 묻자 “가락시장에서 국내산만 갖다 판다”며 단호박이 담긴 망을 가리켰다. 그러나 채소가게 주인이 망 속을 헤집자 ‘북한산’이라고 표기된 원산지 증명서가 나왔다. 지난 11월 중순 오후 2시.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허름한 창고에서 노부부가 북한산 깐 단호박을 1㎏당 1,500원에 팔고 있었다. 국내산과 비슷한 값이었다. “그냥 팔지 않고 깎아서 파느냐”고 말을 건네자 “일부 썩은 것만 버리기가 아까워 깎아서 팔고 있는데 뭐 잘못된 게 있느냐”며 화를 냈다. 하지만 창고 한쪽에는 깐 단호박을 담은 봉지가 수북했고, 밖에는 껍질들이 담긴 비닐봉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북한산을 국내산과 섞어 판매하고 있다는 소문을 방증해주는 듯했다. 박충금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차장은 “짝퉁 북한산 단호박의 상당량은 국내산으로 둔갑 판매되거나 국내산과 섞여 식자재로 사용되고 있다”며 “특히 가락시장 등 공영도매시장을 통해 도부꾼이나 동네 채소가게 등으로 집중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속타는 재배농민=북한산 단호박이 반입되면서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산 단호박값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재배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전북 고창군에서 1만5,000평의 단호박 농사를 짓는 김치균씨(46)는 “출하기를 맞았지만 단호박값이 지난해보다 10㎏당 5,000원가량은 떨어져 고민”이라며 걱정했다. 그는 “진짜 북한산도 아닌 중국산으로 의심되는 북한산 단호박이 대량 유통되고 있어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단호박 재배농민 김재관씨(50·강원도 평창군 대화면)도 “값이 크게 떨어져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사와 산지 수집을 겸한다는 김선식씨(52·경북 봉화군 상운면)는 “북한산 단호박을 정상적으로 들여와서 판매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중국산이 북한산으로 위장반입돼 국산으로 팔리는 것은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요즘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된 단호박값은 10㎏들이 상품이 평균 1만2,000원 수준이다. 이는 예년 이맘때보다 1,000원가량 떨어졌고, 지난해 같은 때에 비해서는 2,000원 이상 낮은 것이다. ◆원산지 확인 장치 마련해야=북한산 농산물의 원산지 위장 반입을 막기 위해서는 원산지 확인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북한산 농산물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북한 당국이 발행한 서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세관 당국이 원산지 증명서에 의심이 들면 북한 당국이 발급한 것인지 역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산 농산물의 반입 증가에 따라 국내 농산물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태억〉eok1128@nongmin.com [최종편집 : 200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