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1년…    김재복 〈농협중앙회 상무·농협 조사연구소장〉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지 4월1일로 벌써 1년이 된다. 세계적으로 지역협정 체결이 경쟁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일본·아세안·캐나다 등 20여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칠레 협정 발효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협정 발효 이후 포도주 등 일부 농산물의 수입이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큰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협정 체결의 긍정적인 효과로 자동차를 비롯해 휴대전화, 컬러TV와 같은 전기·전자제품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이 꼽히고 있다. 그리고 수입 급증이 우려되었던 농산물의 경우 지난해 4~12월 수입액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초민감품목이었던 포도는 오히려 5.4% 감소했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덧붙여 앞으로 다른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더라도 농업분야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자주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칠레 협정 발효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칠레산 농산물의 수입이 크게 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상당수의 주요 농산물을 관세 철폐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이후에 논의하는 방식으로 관세철폐에 예외를 두었고, 품목에 따라 최대 16년간 관세를 감축하는 방식으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대 관심품목인 포도의 경우 칠레 일부지역에서 지중해 과실파리의 발생으로 협정 발효 직후 수입제한 조치가 취해진 바 있고, 칠레의 생산시기가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여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사실상 수입이 어려웠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품목별 관세철폐 등에서 양국이 맺은 협정의 내용이 다양하고 무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도 발생하므로, 한·칠레 협정의 영향에 대한 평가는 장기간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칠레와의 협정 이행 1년간의 농산물 수입실적을 근거로 앞으로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더라도 농업부문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논거를 동시다발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아서도 안될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한·칠레 협정 1년의 경험에서 농업부문의 민감품목에 대해 관세철폐 예외, 장기간에 걸친 관세인하 등의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서 수입급증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훈을 밑거름으로 향후 아세안과 캐나다 등 농업대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서 우리나라 농업부문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협상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O02-397-5059. 김 재 복 〈농협중앙회 상무 농협 조사연구소장〉 jbkim@nonghyup.com [최종편집 : 200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