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 상 영 농협유통 대표이사 일본의 초저가 식생활용품 전문점인 ‘100엔숍’ 창시자 ㈜다이소산업의 히로다케 회장은 “오늘날 유통시장은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는 적자생존의 격투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지시장은 재래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가운데 대형할인점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동네 가게조차 24시간 편의점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읍·면 단위로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다. 재래시장을 비롯하여 슈퍼마켓·백화점은 위축되거나 차별화로 활로를 찾고 있는 반면, 하이퍼마켓·대형할인점과 인터넷시장·홈쇼핑·편의점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할인점은 2003년에 이미 백화점 매출액을 넘어섰고 3,000평 이상 대형 매장 또한 지난해 말 274개로 집계되면서 소비지시장점유율이 20%에 이르고 있다. 대형할인점 수는 조만간 400개 이상으로 시장점유율 면에서 구미(歐美)의 75%에는 못 미치더라도 50% 정도는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규모 또한 지금보다 2.5배나 커지리라 전망되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국내의 대형할인점은 신규출점이나 인수합병 등으로 시장교섭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향후 5~6년이면 이들 할인점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소비지시장 판도를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네 농산물시장은 수입농산물이 범람하면서 국내 농업기반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 건강한 먹을거리 차원에서 본다면 국민의 식탁 또한 크게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협은 본립정신과 정체성을 농민의 기대에 맞출 수 있을까? 일부 시각은 ‘농협은 산지유통이나 제대로 하지 소비지유통은 대형 유통업체들에 맡기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대형할인점들을 보면 상황은 그게 아니다. 대형할인점들은 농산물의 경우 국내산보다는 값비싼 수입농산물로 급격히 대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량구매를 무기로 산지농협에 값싼 가격으로 출혈출하를 강요하고 있기도 하다. 또 산지농협의 상표보다는 언제 수입농산물로 바뀔지도 모를 대형 유통업체의 자사상표(Private Brand) 방식으로 상품공급을 선호한다. 더구나 유명 제조업체의 브랜드와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력을 결합한 독점적 상품(National Private Brand)을 늘려 중소유통업체와의 차별화를 기하면서 시장에서 패권장악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마케팅 규모 면에서 정체돼 있는 농협유통센터는 소비지시장에서 설립 당시보다 대형공산품 공급업체들로부터 소홀히 취급당하기도 하다. 우리 농축산물만을 고집스럽게 취급하고 있는 농협의 유통매장은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 값으로 팔 수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고 또한 농협의 정체성과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다.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시장에 대응하여 농협의 소비지 대형점포 확대 및 친환경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산지와 소비지 간의 접속자 역할 강화, 새로운 유통형태에 맞춘 농산물 도매시장의 변화와 개혁은 농협이 당면하고 있는 시급한 과제다. ☎02-3498-1285. sy-lee@nonghyup.com [최종편집 : 200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