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줘도 일할사람 없어 일손 구하는게 전쟁이야”    “농사일 힘들다” 인부들 기피 사과·복숭아·배 열매솎기, 양파 수확 등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요즘 농촌지역은 일손 구하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해마다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는 과수 열매솎기에다 모내기가 겹치는 시기여서 일손부족이 심각한 데다 갈수록 농촌인력 노령화로 품앗이 인력마저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일손부족으로 신음하는 농촌현장을 찾았다. 한창 사과 열매솎기가 벌어지고 있는 경북 최대 사과 주산지 가운데 한곳인 경북 의성군 옥산면 일대. 하루 평균 200여명의 외지 일꾼들까지 동원되지만 사과 열매솎기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 사과 재배농가들은 새벽부터 안동시내나 의성읍내까지 나가 일손을 구하는데, 이들을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시켜야 한다. 일당은 점심과 새참 두번을 제공하고 3만5,000원. 지난해보다 5,000원이 올랐다. 의성군 옥산면 금학1리 배갑수 영농회장은 “과수 농사는 품질을 좌우하는 열매솎기가 가장 중요한데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이런 형편이다 보니 영농 규모도 일손을 구할 수 있는 만큼만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 4월 냉해·서리피해를 입은 농가는 일이 몰려 걱정이다. 1만2,000평에 배와 복숭아 농사를 짓는 최원범씨(54·전북 임실군 삼계면 오지리)는 “올해는 특히 서리피해로 열매솎기가 한꺼번에 몰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더구나 외지에서 구하는 일꾼이 초보자인 데다 대부분 60~70대여서 제때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양파와 마늘 수확에 나선 농가들도 품삯은 오르고 값은 떨어진 데다 자칫 제때 수확하지 못할 경우 상품성이 떨어져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생종 양파와 마늘 수확에 접어든 전남 무안군지역에서도 일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무안지역 농업인들은 지역 내에서 일손을 구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인근 함평이나 목포지역에서 어렵게 일손을 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품삯도 지난해보다 5,000원 올라 여자의 경우 망작업은 4만원, 뽑는 작업은 3만5,000원에 달하고 새참과 아침·점심 두끼 식사까지 포함하면 한사람당 5만원이 훌쩍 넘는다. 배석훈씨(64·전남 무안군 청계면 남성리)는 “올해는 작황이 떨어져 수확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고 값도 떨어졌다”면서 “작업비도 크게 올라 한차당 순수 인건비만 상차 작업을 포함해 13명에 70만원이 들어가 결국 헛농사”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늘 주산지인 북제주군 김녕농협 김원택 상무는 “일손 확보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정 시기 이전에 수확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다”며 “마늘 수확량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장 중에 품질이 좋지 않아 제값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일손 부족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편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고육책으로 고정급을 지급하는 농가도 적지 않다.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시설채소 농가 양명석씨(49)는 인근 지역 여성 7명을 고정급을 주며 농작업을 시키고 있다. 양씨는 “다른 곳으로 작업을 떠나면 이를 대신할 일손을 구하기가 불가능해 고정급을 주면서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며 “식사 제공은 기본이고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까지 시키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권기창 의성동부농협 조합장은 “농번기 일손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도시 유휴인력을 일손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의 농촌에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