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마늘이 안팔린다”    흔들리는 배추 생산기반-(중) 파장-김치부재료 소비격감 김치수입 급증에 따른 배추 생산기반 위축에 따라 고추·마늘 등 김치 부재료 양념채소의 소비도 급감하고 있다. 특히 김치의 필수 양념재료인 건고추값이 성수요기임에도 크게 떨어지는 등으로 인해 관련 중도매인은 물론 산지유통인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 생산 기반마저도 타격이 우려된다. ◆고추·마늘=14일(토요일) 오전 9시, 서울 가락시장 내 건고추 판매장. 문전성시를 이루던 예년 이맘때와는 달리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중도매인 김재수씨(59·영남상회)는 “문을 연 지 2시간이 넘도록 마수걸이도 못했다”면서 “특히 요식업소를 운영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끓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도매인 지영택씨(59·진우농산)도 “올 들어 건고추 판매량은 예년의 30%도 채 안된다”며 “이대로 가다간 문을 닫는 중도매인들도 속출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배추 한접(100포기)을 김치로 담그는 데 고춧가루 4~5㎏ 정도가 필요하다. 지씨는 요즘 배추 3접을 김치로 담글 수 있는 정도인 30근 내외의 건고추를 팔고 있지만 예년에는 하루 100근을 팔았다. 건고추 소비량이 줄면서 고추값도 떨어졌다. 중도매인 최의식씨(58)는 “단경기 성수기임에도 건고추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요즘 한근당 예년보다 1,000원가량 떨어진 6,000~7,000원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마늘 판매장도 건고추와 마찬가지. 중도매인 강재근씨(61·중앙상회)는 “지난해부터 김치공장 납품 물량이 대폭 줄면서 요즘 하루 판매량은 예년의 30% 수준”이라며 “계속 마늘 장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답답해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9㎏들이 30포대는 거뜬히 판매했다고 한다. 김영재 대아청과㈜ 경매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김치공장 납품 물량이 19㎏들이 80포대가량에 달했으나 올해는 30~40포대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더욱이 저장마늘값 폭락으로 깐마늘 영업자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가락시장에서는 저장마늘 상품이 1㎏당 지난해 말보다 1,000원가량 떨어진 3,2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무·파·생강 등=무·파·생강 등 양념채소류의 소비도 부진하다. 무 전문 중도매인 이수덕씨(56)는 “지난해 말부터는 대부분 인건비도 건지기 힘들 정도의 값에 밑지고 판다”고 푸념했다. 파 전문 중도매인 심대섭씨(49)도 “올해는 이문을 남기고 판 적이 없어 ‘죽을 맛’”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생강 중도매인 이완섭씨(64·흥덕상회)는 “하루 평균 예년의 절반 수준인 20㎏들이 40~50포대를 겨우 팔고 있다”며 “가게 문을 닫고 싶어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김영록 한국청과㈜ 이사는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파·생강 등 양념채소류의 소비가 예년보다 평균 30%가량 줄었다”며 “더욱이 장기간의 값 약세로 중도매인은 물론 산지 수집상들은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광형 (사)전국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양념류 전문 취급 중도매인들은 근래 들어 수박 등의 신선 품목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대로 가면 양념류 생산기반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태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