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안 팔려요” 산지농협 골머리    판매 작년보다 30% 감소추정…유통업체도 고전 “간밤에 쌀 좀 나갔어요?” 요즘 쌀 산지에서는 쌀 이야기로 아침인사를 대신할 정도로 일부 주산지를 빼고는 쌀이 안 팔린다고 야단이다. 소비지 시장에서도 유통업체들이 극심한 판매부진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지만 아무리 소비자 호주머니가 가벼워졌다고 해도 세끼 먹던 사람이 한끼로 ‘전격적으로’ 줄일 수는 없다며 원인 분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쌀 판매부진에 대한 속시원한 해법 마련에 유통 관계자들은 목말라하고 있다. ◆얼마나 안 팔리나=판매부진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곳은 주로 농협이다. 하지만 이를 터놓고 얘기하기를 꺼리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분석 없이 판매부진만이 단순 여론화될 경우, 여러 유통주체들에게 악용돼 산지 불안만 고조시키며 되레 시장만 흐려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쌀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판매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쌀이 안 팔린다는 것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농협 판매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정도(81만섬)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간 가공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한 것으로 파악된다. RPC협의회 유병태 부장은 “올해는 이상하리 만치 판매가 안된다”면서도 “가격 유연성 면에서 비교적 유리하다보니 큰 적자만 아니라면 시중에 물량을 바로바로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부진에 대해선 유통업체들도 목청을 돋우고 있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게는 30％, 적게는 10％까지 매출이 줄었다는 데 별 이견이 없다. 농림부와 농협, 기타 민간 가공업체들에 따르면 5월 현재 정부 보유물량을 제외한 쌀 민간 보유물량은 400만섬 내외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중 농협 외 민간업체 보유분이 50만섬 정도로 파악된다. ◆왜 안 팔리나=근본적으로는 지난해 풍작의 여파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쌀생산량은 3,470만섬으로 2003년 3,100만섬보다 370만섬 정도 늘었는데, 이 초과분이 산지와 소비지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연고미’라고 불리우는 농가 직접판매분이 지난해부터 수도권 등 도시민들에게 집중적으로 공급돼, 소비자들이 굳이 판매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택배 등 물류환경 개선도 연고미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창석 전남 해남 옥천농협 미곡처리장 소장은 “1인당 국민 소비량은 연간 80㎏ 안팎이라지만 실제 체감지수는 60㎏대 후반까지 내려간 느낌”이라며 소비부진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너도 나도 실시했던 지역쌀 판매촉진 행사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생산연도가 다른 쌀을 섞은 연산 혼합미 판매와 덤핑판매·쌀 카드깡 등 일부 부적절한 거래행위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불법유통 가능성 등 각종 근거없는 추측도 무성하다. 수입 찐쌀 등이 일반 대량 수요처에 공급됐다는 주장과 함께 가공용으로만 쓸 수 있는 의무수입물량(MMA) 쌀에 대한 불법유통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찐쌀은 4월 말 현재 3,450t, 1,273만달러어치가 수입됐다. 금액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가 늘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1만t을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찐쌀 수입량이나 의무수입물량은 전체 국민 소비량 가운데 극히 미미해 쌀 판매 부진의 주범으로 몰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김진영 전남 무안 해제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소장은 “국내 쌀 판매가 워낙 안 좋다보니 수입쌀에 대해 각종 의혹의 눈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이 같은 산지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차제에 수입쌀 부정유통신고센터 설치 등 관리에 철저를 기해달라”고 요망했다. ◆원가 이하 쌀 판매 다시 기승=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대형 유통업체들의 원가 이하 쌀 판매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19일부터 20㎏들이 한포대를 4만300원에 할인해 팔고 있다. 농협이 산정한 출하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이마트는 이 행사를 29일까지 열 예정이다. 삼성홈플러스는 이달 26일부터 일주일간 20㎏들이 15만포대를 대대적으로 할인 판매할 계획이다. 매장 판매가는 아직 협의 중이나 농협 납품가는 원가인 4만원을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롯데마트도 현재 대규모 할인 행사는 실시하고 있지 않지만 자체 상표(PB)를 붙인 4만300원짜리 20㎏들이 쌀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쌀이 매출액 구성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데다 경기 침체기에는 ‘끼워주기’보다는 ‘가격인하’가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효과가 크다”고 귀띔했다. ◆공매 어떻게 되나=쌀 판매부진에 따라 산지 재고량이 소진되는 8월께나 공매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원병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협의회장은 “산지 재고량이 과다해 공매를 아예 하지 말거나, 하더라도 재고가 소진되는 7월 말~8월로 늦춰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 가공업체들은 6월 중순에는 공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6월 중에 공매를 할 예정이며 다만 방출 물량에 대해서는 시중 유통량을 감안,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spur222@nongmin.com [최종편집 : 200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