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보다 맛 … 작아야 ‘귀한몸’    과일 최상품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크기보다는 맛과 영양을 중시하는 소비경향이 두드러지면서 크기에 따른 과일류 최상품 등급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다. 특히 참외·감귤·사과·배 등을 중심으로 종전보다 크기(중량)가 1~3등급 낮은 것이 최상급으로 평가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농가도 무작정 대과를 생산하기보다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크기의 과일 생산비중을 높이는 것이 소득향상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수취값, 중·소과가 좌우한다=10일 새벽 2시30분께, 가락시장 시장도매법인인 서울청과 내 경매장에서는 참외 경매가 한창이었다. 보통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듣기 힘든 경매사의 말이 새벽공기를 가르며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이날 경북 성주군 내 황금회 작목반의 허모씨가 낸 참외가 최고 경락값을 받았다. 41~50개(4단위)들이 15㎏ 특품 10만5,000원. 그는 이날 4단위 1상자와 5단위(51~60개)~12단위(121~130개) 35상자를 출하했다. 반면 이날 같은 작목반에서 4단위 중심으로 출하한 참외는 7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이날 허씨의 참외를 구입한 상화청과㈜ 중매인 임성익씨는 “소비자들은 경매가 이뤄지는 4단위보다 작은 참외들을 선호한다”며 “때문에 4단위보다 작은 참외가 많은 물량은 높은 값을 주고 구입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각 단위별로 경매하면 4단위보다 6~7단위가 최고 경락값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감류인 〈청견〉도 지난해엔 11~20개들이 1단위가 값이 높았으나 올해는 21~30개들이의 2단위와 1단위값이 똑같이 형성되고 있다. 1·2단위의 경락값은 1만8,000원. 〈한라봉〉도 3㎏들이 상자당 8·9·10·11개들이가 각각 2,000원씩 차이가 났으나 올해는 1,000원 차이가 나 결국 11과와 대과인 8과의 값 차이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앞서 출하가 끝난 노지 감귤도 10㎏들이 5~6번(94~120과)보다 3~4번(121~153과)이 높은 값을 받았다. 사과도 명절 수요를 제외하고는 15㎏ 기준 3단위(31~40개)인 대과보다 4~6단위(41~70개)인 중과의 인기가 높다. 배도 15㎏당 1단위(11~20개들이)보다 2단위(21~25개) 선호도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소비자, 겉모양보다 맛 중시=이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크기보다는 맛이 좋고 향이 풍부한 중소 과일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경기가 나빠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현실에 맞게 낮아진 것도 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배수범 서울청과㈜ 과일 총괄부장은 “경기 탓도 있지만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소비자들도 대과보다는 중소과를 선호하고 이는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호도 높은 과일 생산비중 높여야=전문가들은 앞으로 최상품 평가잣대가 지금의 대과에서 중소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수암 한국청과㈜ 영업본부장은 “농가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과일 생산비중을 점차 늘려나가야 한다”며 “특히 화학비료 대신 퇴비 사용을 늘려 당도 등 품질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과의 생산비중을 늘리면서 명절 때는 대과 중심으로, 나머지 기간에는 중소과 중심으로 출하전략을 세워야 높은 수취값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억〉eok1128@nongmin.com [최종편집 : 200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