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 폐지 … 벼랑 끝 쌀농사      -------------------------------------------------------------------------------- 쌀개방 파고가 농촌과 농민들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쌀농사에 위기를 느낀 농민들이 농지 임대차계약을 잇따라 포기하거나 대체작목으로 전환하는 등 농업의 기본인 쌀농사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추곡수매물량 약정금액의 60%까지 선금지급액을 받아 농기계 구입이나 학자금 등으로 사용하거나 빚을 갚아왔던 농민들은 올해부터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가 시행됨에 따라 선금을 당겨쓸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져 여느해보다 불안하다. ▲농지 임대차 재계약 포기 쌀개방을 앞두고 농지 임대차 재계약을 포기하는 농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전남본부가 전남지역의 계약 만료농지의 재임대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00년 30%를 웃돌다가 지난해말에는 20%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8년부터 평균 5∼10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시행한 농지규모화사업이 98년 이후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면서 임차농민들의 재계약 포기가 급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는 농지중 재임대를 받아 경작하는 비율은 평균 16.1%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대해 전남본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오는 2010년까지 농업기반공사의 규모화 사업계획 달성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업농 규모확대라는 쌀산업 구조개선의 목적달성도 불가능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작목전환 서둘러 “논콩이 벼농사보다 일손은 훨씬 적게 든 반면 소득은 갑절이상 나옵니다” 4년전부터 논콩재배를 시작해 지난해 3만여평에서 2억원 가량의 소득을 올린 김상수(장성군 황룡면 필암리)씨의 얘기다. ‘대풍’ ‘태광’ ‘서리태’ 등 종자를 심은 김씨는 10a(300평)당 670만원의 소득을 올려 벼농사 소득 60만원의 10배나 높은 소득을 올렸다. 김씨는 “특히 ‘태광’의 경우 지난해 40㎏들이 213가마를 수확한 후 전량 정부수매(40㎏ 1가마에 19만8천원)해 판로걱정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콩은 일손이 벼농사보다 훨씬 적게들어 부부만으로도 농사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쌀농사를 포기하고 작목전환을 서두르거나 인삼이나 복분자 등 부업농에 관심을 기울이는 농민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농협장성군지부는 최근 장성·삼계농협 등과 손잡고 토종농산물 생산단지를 확대, 농가소득 높이기에 나섰다. 장성군지부는 쌀 수입개방 확대로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대체작목으로 차조·수수·서리태·기장·메밀·율무 등 친환경 토종농산물 재배단지를 대대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내 700여농가를 대상으로 재배기술교육을 실시한데 이어 7개단지 45ha(13만5천평)와 계약재배를 하고, 1억1천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키로 했다. 이에앞서 백양사·장성 등 5개농협 조합원 110명은 5만여평의 논에 복분자를 심어 4억여원의 소득을 올렸으며, 함평·해남군 등지에서는 논에 광물성규소 성분의 천연비료를 뿌려 당도높은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기도 했다. ▲추곡수매 선금지급 불투명 “지난해의 경우 4월말께면 추곡수매약정서에 따른 선금지급에 대한 신청을 하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감감하네요.” 나주 농민 김모(65)씨는 “농기계임대료와 농약대금 등 미리 지불해야 할 돈이 한두푼 아니다”면서 “선금지급이 없어지면 농사를 어떻게 지으란 말이냐”고 한숨지었다. 농민들은 올해부터 추곡수매제 폐지로 인해 추곡수매약정액의 60% 범위내에서 미리 당겨쓸 수 있는 선금마저 없어질 우려가 높아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지난해 농협전남지역본부의 경우 5월초 희망농가의 신청을 받아 20일부터 6월12일까지 24일간 총 수매대금 3천339억원 가운데 40%선에 육박하는 1천303억원이 선금으로 지급돼 농민들이 추곡수매전에 자금이 크게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함평 한 농민은 “빚얻어 농사짓고 있는 마당에 선금줄마저 끊긴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농림부나 농협 차원에서 선금에 준하는 자금을 융통해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태기자 jtlee@kwangju.co.kr   2005년 04월 25일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