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재고 창고마다 ‘꽉꽉’    팔곳없는데 생산만 ‘쑥쑥’ 20만t이 넘는 농협의 보리 재고 과잉현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의 경우 보리 풍작이 예상되고 있어 벌써부터 약정물량 초과에 따른 농업인과 산지농협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쌓여만 가는 보리 재고량=농협에 따르면 4월 현재 농협이 갖고 있는 보리 재고량은 21만t. 재고량의 절반은 지난해산(6만7,000t)과 2003년산(3만6,000t)이고 2002년산은 무려 10만t이 창고에 쌓여있다. 보리재고가 이처럼 불어난 데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과잉생산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연간 5만t 정도를 소비하는 주정업체가 국산 보리원료사용 확대를 외면하고 있는데다 식용 소비 감소도 한몫을 하고 있다. 업체들은 주정용 국산보리 대신 ‘타피오카’를 수입해 쓸 경우 8분의 1 수준으로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어 국산보리 사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국민 한사람당 소비량도 2001년 1.7㎏에서 2003년에는 1㎏으로 해마다 격감하고 있다. 일부 양곡 전문가들은 재고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리를 계속해서 심는 농가에 원인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농가들은 보리를 대체할 마땅한 월동작목이 없는 데다, 기상여건에 따른 정확한 생산량을 예측할 수 없어 일단 약정물량 이상을 재배하고 보자는 불안한 심리를 이해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쌀보리 1,200평과 맥주보리 5,000평을 재배하고 있는 강재성씨(47·경남 진주)는 “현재 작황으로 봐서는 풍작이 예상돼 약정 물량을 제외하고도 상당량이 남을 성싶다”며 “남은 물량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걱정했다. 재고가 늘면서 장기 보관에 따른 품질 저하와 창고 부족 등 재고 과잉으로 인한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2001년산과 2002년산 구곡을 장기보관하면서 변질과 감량 등 품질이 떨어지고 있어 주정업체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변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재고 누증에 따른 속앓이가 심하다고 전했다. 김상록 전북 김제시 진봉농협 상무는 “수매 계획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조합원들이 추가 수매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추가매입을 한다고 해도 보관할 창고마저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고처분 대책 시급=보리재고는 단순히 시장 기능에만 맡겨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산지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농업인이 계획영농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장기적인 수급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하고 주정용 보리 공급을 늘리기 위한 관련 부처의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주정업체 또한 환율 하락에 따라 ‘타피오카’ 등 수입 주정원료의 원가 부담이 줄어든 만큼 국산 보리를 추가적으로 사용하려는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요망된다. 농협중앙회 양곡부 신종현 차장은 “연평균 환율이 지난해 1달러 기준 1,146원 수준에서 올 5월13일 현재 1,001원을 기록하면서 외국산과 국산 원료를 9대 1 정도로 섞어 쓰는 업체 입장에서는 11.4의 원가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산보리 추가 사용을 요망했다. 여기에다 보리도 쌀과 같은 농가소득보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식량정책과 최명철 사무관은 “보리 자체를 안 먹는 데다 보리소비는 쌀 소비와 직결돼 뚜렷한 소비확대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보리농가 소득보전대책의 경우도 타 품목과의 형평성 문제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 밭 직불제로의 포함 여부 등 다각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spur222@nongmin.com [최종편집 : 200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