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쌀 밀수대비책 세워라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돈은 높은 수익을 찾아 움직인다. 불법, 탈법을 가리지 않고 돈벌이가 될 만하면 좇아가는 것이 돈의 생리다. 돈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몰래 국경을 넘나들기도 한다. 밀수가 바로 그것이다. 밀수는 위험부담이 큰 만큼 수익도 크다. 올해 7월부터는 수입쌀이 시판된다. 쌀은 국내외 가격차가 커서 밀수만 하면 좋은 돈벌이가 된다. 개방체제에서 쌀만큼 큰 수익을 보장하는 밀수품목은 없다. 가장 인기 있는 밀수품목은 마약류나 총기류 같은 수입 금지품목이다. 금수품을 밀수하다 적발되면 처벌이 무겁기 때문에 지하에서 암거래된다. 금수품은 거래의 은밀성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의외로 규모가 크고 떼돈을 번다. 그 까닭에 국제범죄조직이 개입하고 폭력이 난무한다. 그 다음 인기품목은 수입제한품목이다. 쌀은 국영무역을 통해 일정한 물량만 제한적으로 수입한다. 일반인이 마음대로 수입할 수 없는 품목이다. 그런데 국내외 가격차가 5배나 되어 운송비를 제외하고도 몇배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지금도 인천항을 통해 보따리 장사들이 중국산 농산물을 휴대품으로 상당한 물량을 반입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휴대품 형식의 밀수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쌀은 수요처가 많다.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식당 등 대량구매자가 많다. 전문적인 거간꾼을 필요로 하는 깨나 한약재보다 처분이 훨씬 용이하다. 또 국내산과 외국산을 구분하기가 어려워 섞거나 속여서 팔기도 쉬워 수익률이 높다. 다시 말해 혼합판매 또는 둔갑판매를 하면 돈벌기가 더 커진다. 판매의 용이성과 고수익 때문에 조직적인 밀수행위의 가능성이 높다. 컨테이너를 통해 다른 상품으로 위장하여 들여오면 대량밀수가 어렵지 않다. 미국 쌀 〈칼로스〉는 국내에도 꽤 알려져 있다. 미8군 매점(PX)을 통해 적지 않은 물량이 불법적으로 유출되어 밀거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칼로스〉가 수입되어 판매되기 시작하면 밀수품과 구분이 불가능하다. 일단 밀수입만 하면 유통과정에서 적발될 위험성은 적다. 군 매점을 통한 불법유출이 성행할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은 것이다. 또 그만큼 돈벌이가 쉽다. 지금도 최소시장접근(MMA)에 따라 수입된 쌀이 시중에 유통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가공품으로만 판매하도록 되어 있지만 불법적으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정부양곡 공매에 참여하는 양곡 판매업자와 가공업자의 손을 거치는 과정에서 유출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또 행정력이 거기까지 단속의 손길을 뻗친다고 보기도 어렵다. 중국산 찐쌀이 밥쌀로 버젓이 유통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쌀은 부피가 커서 밀수입하기에는 불편하다. 하지만 개방체제 아래에서 어떤 상품보다 수익성이 높다. 또 처분이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쌀시장 개방에 이어 밀수까지 성행하면 쌀 생산기반을 지키기 어렵다. 정부는 치밀한 밀수대책을 강구하라. 통관과정에서 검색을 강화하고 여행자 휴대품도 물량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016-341-2768. 시사평론가 ekimyh@hanmail.net [최종편집 : 200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