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사랑 나라사랑-〈2부〉 쌀, 알고 먹자- ⑸쌀, 그 신비를 벗긴다 쌀은 최고의 장수식품   우리 민족의 영원한 에너지원인 쌀. 한때 서구화된 식생활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식탁에서 적잖이 소외를 받아온 쌀이 최근 그 영양학적 우수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제는 훌륭한 건강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쌀 소비량이 오히려 늘고 있고, 서양에서는 빵 대신 밥을 먹자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쌀이 가진 다양한 물질들이 각종 질병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의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지구촌 15억인구가 주곡으로 하는 쌀, 현대과학이 벗긴 그 쌀의 신비를 알아본다. ◆밥이 보약이다=6월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두개의 메달을 획득한 이춘헌 선수(24). 그는 단체전 계주에서 1등으로 골인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전날 밤 한국에서 가져간 김치에 밥 두공기를 먹었는데 ‘밥심’이 발휘된 것 같다”며 공을 밥에 돌렸다. 지구력이 생명인 운동선수에게 콜레스테롤이 적고 영양소가 풍부한 밥만한 보약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해 초 일본 도쿄해양대 연구팀은 쥐를 두 팀으로 나눠 각각 쌀과 밀을 먹이로 준 다음 체중의 10에 달하는 저울추를 꼬리에 달아 수조를 헤엄치게 하는 방식으로 지구력을 측정했다. 4주 뒤 밀을 먹인 쥐들은 유영 시간에 큰 변화가 없었으나 쌀을 먹인 쥐들은 2배로 늘어났다. 최진호 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교수는 “쌀은 지구력 증진에 좋은 탄수화물과 힘을 높이는 단백질은 물론 철분과 칼륨 등 무기질도 고루 분포된 완전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속속 밝혀지는 성인병 예방효과=쌀눈에 많이 들어있는 ‘가바(Gaba)’란 물질은 혈액 내 중성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높여 현재 뇌 혈류를 개선하는 의약품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 가바는 현미 100ｇ당 8㎎, 백미에는 5㎎가량 들어 있다. 이 정도 양으로는 건강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쌀을 물에 담가두면 배아가 발아준비에 들어가면서 가바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신주대학 연구팀이 물에 불린 쌀을 측정했더니 100ｇ당 3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하루 세끼 식사만으로도 가바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양이다. 최근 현미에 많이 들어 있는 ‘IP6’이란 물질이 대장암 예방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샘스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장암에 걸린 쥐에게 ‘IP6’ 수용액을 투여했더니 암세포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IP6’은 암은 물론 지방간이나 동맥경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발아현미가 알츠하이머(치매) 발병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쌀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 E와 노리자놀, 몸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비타민 B와 나이신 등 다양한 물질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쌀밥 먹으면 공부 잘한다=일제시대 때 자랐던 노인세대는 쌀밥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시 부족한 쌀을 먹지 못하게 하려는 일제의 교활한 영양학설에 불과할 뿐이다. 쌀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경험이나 과학에서 확인되고 있다. 2002년 농촌진흥청 농촌생활연구소는 대학생 3,612명을 대상으로 아침밥과 수능·내신성적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대입 수험생 시절 매일 아침밥을 먹은 학생들의 수능성적이 평균 294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아침식사 횟수가 일주일에 5~6일인 경우는 평균 283.8점, 3~4일은 281.1점, 2일 이하는 275점으로 조사됐다. 또 내신등급도 아침밥을 매일 먹은 학생들의 평균이 8등급 중 3.7등급인 데 반해 5~6일인 경우는 4등급, 4일 이하는 4.4등급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 활동에 쓰이는 포도당이 밥을 먹은 뒤 점차 소화돼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실험용 쥐를 3그룹으로 나눠 보통의 먹이와 백미를 섞은 먹이, 발아현미를 섞은 먹이를 각각 먹도록 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실험용 쥐를 수조에 풀어 놓고 물위에 떠 있는 목표물을 찾아가도록 했더니 백미와 발아현미를 먹은 쥐가 보통의 먹이를 먹인 쥐보다 목표를 훨씬 빨리 찾아갔다. ◆다이어트 하려면 밥 먹어라=살을 빼려는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시도하는 방법은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밥은 살찌는 음식이 아니다. 쌀에 포함된 당질은 에너지 소비에 우선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밥은 비만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특히 밥은 소화흡수가 잘 돼 체지방 합성을 촉진하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아 비만 예방에 좋다. 세 끼를 밥으로 먹으면서 반찬을 채식 위주로 하면 섭취 칼로리는 1,800㎉ 안팎이 된다. 이는 성인의 하루 에너지 필요량(남자 2,500㎉, 여자 2,00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듀크대학의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 연구조사에 의하면 546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4주간의 쌀 다이어트 결과 여성 몸무게는 평균 8.6㎏, 남성은 13.6㎏이나 줄었다. 더욱이 쌀 식이요법을 한 비만자들의 68는 1년 뒤에도 그 효과가 계속됐다. 〈김상영, 사진=김주흥〉supply@nongmin.com 공동기획 ·FAO한국협회 후원 : 농림부·농협·농업기반공사·대산농촌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