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찐쌀 유통 “막을 방법 찾아라”    소비자 국산 쌀까지 불신 우려   중국산 찐쌀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마늘에 이어 자칫 ‘중국산 찐쌀 파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가공용으로 수입된 중국산 찐쌀이 국내에서 일반미로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본지의 보도(6월25일자 1, 4면)와 관련, 농민들은 물론 시민·소비자단체들도 정부의 대책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농민들은 가공용 찐쌀이 국내에서 일반 백미로 편법유통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원산지표시 위반이 아니면 단속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통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농민들은 중국산 찐쌀 유통업자들이 홍보물에 ‘백미’라고 표시를 하거나 ‘관세를 물지 않기 위해 살짝 찐 뒤 건조해 수입했기 때문에 밥을 하면 양이 크게 늘어 이익’이라고 하는 것 등은 관세를 포탈하기 위한 편법수입을 자인한 것이자 분명한 허위과장광고인 만큼 철저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민 김종기씨(55·경북 칠곡군 기산면 영리)는 “쌀 재협상 이후 몰려들 중국과 미국산 쌀에 대응하기 위해 농민들은 친환경 고품질쌀 생산에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일부 몰지각한 유통업자들이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 위해 가공용 찐쌀을 일반 쌀로 편법유통한다는 것은 우리 농민들을 두번 죽이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경북 구미시 해평농협 최서호 조합장(RPC운영 대구경북협의회장)은 “중국산 찐쌀의 일반미 변칙유통은 비단 대구와 경북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정도로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도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정부의 군색한 변명에 기가 찰 뿐”이라며 “판매유통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 등 단속하려고 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도청의 양정관계자는 “최근 들어 김천 등지에서 중국산 찐쌀이 일반미로 유통되고 있다는 제보가 잇달아 관련 내용을 농림부에 문의해 본 결과 원산지표시 위반이 아니면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면서 “중앙정부가 근절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지자체들이야 눈뜬 장님 노릇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농연은 성명을 통해 “가공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찐쌀이 식당, 심지어 일반 가정에도 판매되고 있어 국산쌀 소비가 줄고 농가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농연은 또 “우리와 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대국들은 자국산 쌀의 시장접근성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원산지를 표시했다는 이유로 중국산 찐쌀의 유통을 계속 방치할 경우 협상 상대국들이 ‘지금도 민간이 수입해와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왜 굳이 국영무역을 고집하느냐’고 따져 물을 수 있는 약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광파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상임이사는 “식당에서 파는 떡볶이나 김밥의 원료가 중국산 쌀이란 사실을 안다면 과연 누가 사먹겠느냐”면서 “중국산 찐쌀의 편법유통이 계속될 경우 국산 쌀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까지 높아져 국내 쌀산업 자체가 붕괴될 우려까지 있는 만큼 제17대 국회에서 식품위생법을 개정, 음식점 원산지표시제를 조속히 실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 쌀협상대표단 민간전문가인 김충실 경북대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쌀협상에 총력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찐쌀 편법유통에서 보듯 바가지가 안에부터 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법과 규정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철저한 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한형수〉 *찐쌀 어디로 팔려나가나 중국산 찐쌀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팔리고 있으며 일반 가정의 식탁까지 파고 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공용으로 수입된 중국산 찐쌀은 주요 도시에서 주로 식당이나 단체급식, 건설현장의 급식소, 김밥용 쌀로 대량 유통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대구의 한 시장에서처럼 판매점을 개설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집까지 택배해 주고 있는 곳도 수두룩하다. 여기에다 중국산 찐쌀 수입업자들이 근교 창고 등을 빌려 20㎏들이로 소포장을 한 다음 전화 주문 등을 통해 배달 판매를 하거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을 돌면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미 중국산 찐쌀이 일반 소비자 가정에까지 침투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판매점에서는 20㎏ 〈찐백미〉 외에 소비자들에게 국산 멥쌀이나 찹쌀을 원하는 비율대로 섞어 주기 위한 별도의 시설까지 갖추고 〈찐혼합쌀〉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20㎏ 〈찐백미〉 한포대가 3만원, 〈찐혼합쌀〉은 3만4,000원 수준으로 국산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 양곡 관계자들은 “중국산 찐쌀을 판매하는 전문조직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말하며 “인터넷상에서 판매전담 주부사원까지 모집하는 한편 무차별로 구입 신청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산 찐쌀이 이미 전국을 무대로 팔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대구=한형수〉 hshan@nongmin.com *수입쌀 어떻게 들어오나 ◆찐쌀=쌀 가공조제품으로 분류돼 국내에 들어온다. 수입이 전면개방돼 민간이 자유롭게 수입을 할 수 있어 원산지표시 등 농산물 품질관리법이나 식품위생법상의 문제가 없으면 국내 유통을 막을 수 없는 상태다. 수입찐쌀은 1997년부터 관세가 50% 부과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주로 가공식품용으로 쓰였으나 최근 들어 생쌀과 마찬가지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산 찐쌀(멥쌀 기준)의 관세를 포함한 수입가격은 1㎏ 기준 1,000원으로 국산 2,150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생쌀=세계무역기구에서 규정한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에 따라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물량. 수입생쌀은 정부가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입찰을 하고 입찰에서 낙찰된 업자가 정해진 기간 내에 수입토록 하고 있다. 수입된 생쌀은 시도가 인수해 정부양곡 보관창고에 보관했다가 떡이나 면류제품원료 등 가공용으로 판매하게 된다. 수입관세는 5%이고 지난해 의무수입물량은 18만t이었으며 올해에는 20만5,000t이 들어오게 된다. 수입가격은 중국산의 경우 지난해 평균이 1t당 450달러이며 여기에 5%의 관세가 부과된다. 수입생쌀은 정부가 정해진 물량만을 들여오고 용도가 가공용으로 제한돼 있어 찐쌀과 달리 통제가 가능하다. 〈김태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