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한우고기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높은 한우고기값은 소비자를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다며 쇠고기 유통구조 개선은 물론 중저가형 브랜드 육성 등을 주문하고 있다. 유통마진 전가 … 소비자 부담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완전한 재개방이 없으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도 없다.”(3월8일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 측 수석대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금지조치를 취하고 있는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외교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다.”(3월28일 부시 미국 대통령) “한국 정부가 합리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한 이번 협정이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4월5일 마이크 조한스 미국 농무부 장관) 미국이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공식의제도 아닌 쇠고기 위생검역 문제를 핵심쟁점으로 삼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타결 후에도 여전히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의 주요 수입국이기도 하지만 한우고기값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고 밝힌다. 한우고기값이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미국은 싼 가격을 무기로 우리 소비자들을 공략해 얼마든지 자국산 쇠고기를 내다 팔아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한우고기 육질 등급이 가장 낮은 3등급짜리 불고기용(1㎏ 기준)의 소비자값은 2000년 1만7,424원에서 2002년 2만9,478원, 2004년 3만374원, 지난해는 3만4,762원으로 올랐다. 또 한우 등심 3등급의 소비자값(1㎏)도 2000년 2만2,636원 하던 것이 지난해는 4만7,500원에 달했다. 이처럼 한우고기값이 높게 형성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엔 “한우고기 먹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는 말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이왕이면 우리 농민이 생산하고, 수입 쇠고기보다 품질이나 안전성 면에서 앞선 한우고기를 사먹고 싶지만 경제 형편이 선뜻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1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펼친 설문조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36％)가운데 79.8%가 ‘싼 가격’을 이유로 꼽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통업계는 한우고기 소비자값이 이처럼 크게 오른 이유에 대해 산지 한우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1년부터 국내 쇠고기시장이 완전 개방됐어도 미국과 캐나다에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수요가 한우에 집중돼 결과적으로 산지 소값이 오르고 소비자값도 덩달아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도 대부분의 한우가 농가→중간상인→도축장→중간유통업체→식육점→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유통마진이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aT가 조사한 쇠고기 유통비용 명세표를 보면 유통마진율이 2000년엔 평균 29.9％였으나 지난해엔 39.3％로 오히려 증가했다. 식육업자가 한우 한마리를 구입한 후 소비자에게 최종 판매할 때까지 붙은 마진이 2000년엔 104만7,000원이었으나 지난해엔 286만원가량으로 오히려 불어난 실정이다. 다시 말해 한우고기 소비자값은 많이 높아졌지만 그중 상당 부분이 농가에 돌아가지 않고 유통마진으로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부가 한우 브랜드화 정책을 펼치면서 한우 품질은 상당 부분 향상됐으나 지나치게 고품질만을 강조한 나머지 가격경쟁력은 오히려 후퇴시켰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규성 축산유통연구소장은 “소비자가 한우가격에 부담을 느끼면 느낄수록 한우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쇠고기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한우 브랜드 정책도 고급육시장을 겨냥하되, 서민층이 이용할 수 있는 중저가형 브랜드를 육성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