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농협·행정기관 ‘연합의 힘’ ‘성주=참외’. 경북 성주 하면 참외, 참외 하면 성주를 떠올리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본격 재배철 한밤에 가야산에서 내려다보면 하우스가 바다처럼 보일 정도로 성주의 들녘은 온통 참외밭이다. 성주 참외의 역사는 50년 안팎에 달하지만, 본격 재배는 1991년부터다. 풍부한 물, 기름진 작은 모래질 토양, 평야지대라는 천혜의 자연조건이 최대 강점이다. 또 다른 힘은 ‘집단화’다. 재배농가가 10농가 중 7농가꼴로, 전체 규모가 5,260농가, 3,883㏊에 달한다. 전국 참외 생산량의 67％가 성주 참외다. 지난해 이 지역 참외 한품목의 조수익(2,500억원)이 성주군의 1년 예산(1,900억원)보다 많다. 농가당 평균 소득도 4,500여 만원이나 된다. 참외 한품목이 전체 농업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성주군 ‘핵심산업’으로서 참외농사의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당초 종묘업체가 〈금싸라기〉 참외는 하우스 재배가 힘들다고 한 것을 성주 참외 농가는 1995년에 이미 극복했지요. 초기에는 열매에 물이 차서 80~90％를 버리는 아픔도 겪었지만, 농가 간 서로 정보교환을 하며 성공했습니다. 집단화의 힘이지요.” 참외 3만3,058㎡(1만평)를 재배하는 김형규씨(46·초전면 어산리)의 말이다. 정경식 성주군 친환경농정과장은 “집단화를 기초로 10개 읍·면에 200개가 넘는 작목반이 만들어지고, 작목반 간 선의의 경쟁은 품질향상으로 이어졌지요. 참외 품종육성·재배기술 개선 등은 성주과채류시험장과 성주군농업기술센터가 맡고, 군이 각종 지원사업에 나서면서 ‘성주 참외’의 명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화에 이어 지금은 ‘명품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전체 재배면적의 30％가량을 저농약·무농약·유기 재배 등 친환경 재배로 차별화하고 있다. 또 소포장(5·3·2.5㎏) 출하와 6년째 비파괴 당도기를 사용해 당도가 높은 참외만을 출하한다. 2005년에 지리적표시 등록과 참외 구조 고도화 신활력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이듬해 ‘참외산업특구 조성 등은 참외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결정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일본·대만에 연간 60t을 수출하며 ‘세계의 명물’로 거듭나고 있다. ‘성주 참외’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시장 장악력으로 평가된다. 성주지역 9개 농협이 공동운영하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비롯한 6개의 농협공판장 등지에서 성주 참외 출하량의 50%를 취급한다. 산지에서 곧바로 대형 할인매장으로 나가는 물량 25％까지 합쳐 75%를 산지에서 움직이고 있다. 산지인 성주공판장에서의 시세가 소비지인 서울 공판장보다 높게 거래된 적이 많다는 것도 바로 산지의 유통 장악력 때문. 이는 농협이 참외 밭떼기를 막기 위해 간이 집하장에 이어 1990년부터 경매식 집하장을 운영한 것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참외로 인한 종자·자재 등 이 지역 관련산업 규모도 1,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참외씨를 이용한 건강식품, 참외를 돼지 사료로 먹여 비타민 E 성분이 강화된 돼지고기 브랜드〈성주참외 포크〉 등 관련 식품산업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참외 관련시설 종사인원도 수백명에 달하는 등 고용창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또 성주군은 매년 4월 열리는 참외축제장을 찾는 관람객이 연간 30만명쯤이고, 2만여명의 유치원생과 학생이 참외 생태학습원을 찾는다고 자랑한다. ‘성주 참외’가 지역경제를 살린 데는 농민·농협·연구기관·행정기관이 뭉친 ‘연합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기후 농협참외전국협의회장(성주 월항농협 조합장)은 “참외농가를 비롯한 관련산업 종사자들이 힘을 모아 소비자가 원하는, 맛있고 신뢰를 주는 최고의 참외 ‘성주 참외’의 명성을 높여 나가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성주=최인석 기자 ischoi@nongmin.com [최종편집 : 2007/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