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식 영남농업연구소 연구관(왼쪽)이 밀양시 상동의 김응한 깻잎작목반연합회 사무국장의 농장을 찾아 깻잎의 생육상태를 살피고 있다. 밀양=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정찬식 작물과학원 영남농업연구소 연구관 “요즘 농촌에서 일손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잎들깨 수확작업을 제때 못하고 하루이틀 미루다보면 벌써 이만큼 커져버려 상품성을 잃기 일쑤입니다.” “그럼 잎이 상품성이 가장 좋은 13~15㎝까지만 크고, 그 이상은 자라지 않는 품종을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품질이 매우 좋으면서 노동력을 분산해 수확 작업을 할 수 있는 잎들깨 새 품종 〈동글2호〉는 그렇게 개발됐다. 항상 현장 농민들과 어려움을 같이하고 또 그것을 개선하려고 고민하는 연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찬식 작물과학원 영남농업연구소 특용작물연구실 연구관은 1992년 이래 15년 동안 잎들깨 연구 외길을 걷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잎들깨 품종을 육성하는 연구자는 정연구관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10a(300평)당 연간소득이 1,5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소득작물인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소홀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정연구관은 “연구 개발한 소재들은 농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몰라 답답해하고 있다”면서 “그에 대한 기능을 가진 연구자들은 항상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과 몇년 전까지도 기름을 짜는 들깨와 깻잎용 품종 구분이 없던 것을 정연구관이 전용 품종 연구에 나서 1995년 최초로 〈잎들깨1호〉를 육성해낸 것을 비롯해 뒷면이 보라색인 기능성 품종 〈새보라〉와 상추처럼 생긴 모둠쌈용 〈늘보라〉 등을 개발했다. 2004년부터는 영남농업연구소가 직접 정연구관이 개발한 품종의 씨앗 보급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9,800㎏을 보급했는데, 이는 전국 잎들깨 재배면적의 38%에 파종할 수 있는 양이다. 밀양의 잎들깨 재배농민들은 정연구관의 이 같은 노력에 감사하는 뜻으로 6월23일 밀양시 상동체육공원에서 개최된 ‘제1회 밀양시 깻잎가족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감사패를 전달했다. 박부돌 밀양시 깻잎작목반연합회장은 “밀양지역이 전국 잎들깨 재배면적의 55%를 차지하고 해마다 50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정도로 명산지로 자리잡은 것은 정연구관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정연구관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품종 개발과 함께 친환경 재배기술 보급에도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