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 시장 개방화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축산 농민들의 거세 비육을 통한 장기 사육, 안전성 확보 등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거세우 장기비육 … 경쟁력 확보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쇠고기가 협상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쇠고기시장이 개방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만은 없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개방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한우 산업을 진단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 쇠고기가 ‘협상의 걸림돌(딜 브레이커)’이니 ‘쇠고기 문제 해결 없이 한·미 FTA 비준 없다’느니 하는 미국 측의 압박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FTA가 체결돼도 한우 품질이 미국산이나 호주산 쇠고기보다 품질이 높기 때문에 고급육시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은 과연 어떨까?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1월 서울과 수도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0명 중 36명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의 대부분(79.8%)이 가격 때문이지만 맛이나 품질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8.3%가 나왔다. 반면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응답자(64명)는 안전성 문제(84.3%)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맛이나 품질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7.9%에 그쳤다. 결국 안전성과 가격 문제를 빼고 맛이나 품질만을 따지면 한우 고급육 소비기반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결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한우고기 소비층과 수입고기 소비층이 따로 있다’는 그동안의 관념이나 ‘한우고기가 우수하고 맛있으므로 더 많이 먹으려 할 것’이라는 축산농민과 정부 관계자들의 막연한 기대와는 적잖은 차이를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인식은 미국의 육질 최고등급인 프라임(Prime)급보다 한등급 아래인 초이스(Choice)급을 접해 본 상황에서의 반응이어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한우고기의 취약한 가격경쟁력이 품질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올 2월 600㎏ 소 생체값이 110만7,000원 선(1달러 930원 기준), 지육값은 ㎏당 3,180원 안팎이다. 올 2월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 ㎏당 평균 지육값 1만5,880원의 20% 수준이다. 관세 40%가 부과되더라도 4,450원대로 국내산 평균 지육값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반입까지의 운송비를 합하더라도 가격차 극복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이처럼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 호주산과의 판촉경쟁에 의한 값 하락도 예상돼 한우고기 경쟁력은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외국산 쇠고기와의 가격 차이를 극복할 정도의 뛰어난 품질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우 고급육 소비층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적 진단 아래 정부는 품질 고급화를 2007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으로 설정하고 브랜드 경영체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축산물 브랜드 인지도가 지난해 34%로 2004년 18%보다 크게 높아졌다며 브랜드 축산물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열린 브랜드 축산물 유통 활성화 토론회에서 한성일 건국대 축산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몇년간 품질 고급화와 안전성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축산물 브랜드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소비자의 축산물 브랜드에 대한 인식 수준은 매우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브랜드 사업은 당장 성과를 올리기 어려워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며 축종별로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한우 농가들의 고품질 생산 노력과 의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축산물 등급판정 추이를 봐도 한우 육질 1등급 이상 출현율이 2005년 47.9%로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44.5%로 뒷걸음질친 데 이어 올해도 4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고급육 생산을 위한 거세 사육 비율이 2005년 31.1%, 지난해 24.7% 등으로 감소한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축산 전문가들은 한우고기 값을 외국산 수준으로 크게 낮출 수 없다면 품질을 월등하게 생산해야 그나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축산 전문가들은 “즉 냉장 상태의 프라임급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경우 현재의 한우 가격과 품질로 지금처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여부와는 별개로 거세 비육을 통한 장기 사육, 안전성 확보 등 농가 스스로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상규 기자 psgtob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