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농협파프리카전국협의회장 파프리카가 수출시장 애로와 수급 불균형 등으로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 겨울 파프리카 파동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무엇보다 엔화 약세 장기화는 수출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2년 전 엔화대 원화비율이 10.48대 1이던 것이 최근에는 7.8대 1까지 떨어져 25%대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파프리카가 대일 수출 전략 품목이다 보니 국내시장이 좁아 수출 문제가 생기면 재배농가에게는 쓰나미 같은 위력이 발생한다. 일본의 전수검사 등 까다로운 통관절차로 시장 유통기간이 길어지면서 일본 현지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 재배농가의 겨울과 여름 파프리카 작기 중복이 문제다. 사실 최근의 파프리카 사태는 여름 파프리카 재배농가가 수확시기를 12월까지 늘렸고, 겨울 파프리카 초출하시기와 겹치는 단기적 공급과잉을 불러온 것이 한 원인이다. 마찬가지로 겨울 파프리카 재배농가는 이듬해 8월까지 출하시기를 연장함으로써 여름 파프리카 초출하와 중복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여름·겨울 파프리카 출하 중복은 항상 초장시세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있어서 생산자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다. 소탐대실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올 겨울엔 파프리카 수출이 한때 아예 중단되면서 공급 과잉을 초래, 파프리카 5㎏ 한상자가 예년에 2만원 상당 하던 것이 1만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래서 파프리카전국협의회 소속 농협을 비롯한 출하조합들이 도시로 나가 파프리카 소비촉진 홍보전을 열며 국내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겨울 파프리카는 6월까지 출하를 끝내고 여름 파프리카는 11월까지 출하를 마친 후 줄기를 걷도록 농가와 생산자 단체, 지자체, 지도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공급시장 조절만이 가장 유효한 선택이다. 지자체마다 파프리카를 특화작물로 단지조성을 해 전국의 재배면적이 최근 10여년 새 몇배가 늘어났는지 가늠키 힘들 정도니 이제 총공급 억제에 각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울러 딸기가 그랬듯이 일본 수출품목이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파프리카 국내시장 확대를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도 펼치자. 파프리카는 꼭 요리를 해서 먹는 채소가 아니라 사과나 딸기처럼 그냥 먹어도 되는, 영양가가 풍부한 채소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자. [최종편집 : 200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