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기 한국식품연구원장 우리나라는 1997년에 시작된 외환위기를 거치고 개방화가 확대되면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과 기업만이 생존이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그 결과의 하나로 우리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정부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들과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양극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이익을 보게 되는 산업이나 기업도 있겠으나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은 우리나라 농업은 커다란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국가 전체의 생존을 위해서는 FTA를 전면 거부할 수도 없는 역사적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따라서 지금은 FTA의 여파를 극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식품산업은 이러한 대책의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 최근 식품시장의 키워드는 건강 기능성, 웰빙식품, 신선편이, 감성소비, 식품안전 등이다. 그리고 식품수급시스템은 ‘농장에서 식탁으로(farm to table)’가 아니라, ‘식탁에서 농장으로(fork to farm)’가 되고 있다. 이는 식품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큰 흐름이다. 건강 기능성은 식품 중의 일부 성분이 사람의 생리적 기능을 활성화시키거나 질병 예방 또는 치료에 도움이 되는 특성을 가진 경우를 의미한다. 항산화, 고혈압 완화, 당뇨 예방, 면역 증진 등의 기능을 의미한다. 농산물에서 이와 같은 기능을 가진 유용성분을 추출해 기존 식품에 첨가하거나 발현되도록 하며 식품 소재로 사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 기능성 식품이 된다. 최근에는 유색농산물(color food)의 색소뿐만 아니라 꽃잎 색소의 각종 건강기능 성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웰빙은 건강 기능성과 다소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혈압·비만·심장병 등 질환을 유발하지 않는 식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이나 고구마, 단호박, 감자, 보리밥 등 배고팠던 시절의 음식이 웰빙식품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선편이는 가공을 최소화하고 가급적이면 생산된 직후의 신선상태를 유지하면서 먹기에 편리한 식품을 지향한다. 화학적·생물학적 변화과정을 거친 가공식품을 거부하고 편이성만 높이기 위해 손질한 최소가공 신선 과채류가 신선편이식품이다. 감성소비는 혀에서 느끼는 맛을 넘어서 빛깔·향 등 눈이나 코로 느껴 감성을 즐겁게 자극하는 식품을 우선 선택하는 소비를 의미한다. 천연향이나 천연색소 활용뿐만 아니라 제품의 모양과 포장의 디자인 등이 중요하다.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가공식품에서는 인공 첨가물·색소·향 등의 유해성에 대한 관심이 많다. 육류, 유제품, 난류에서는 급여되는 사료에 혼합되는 첨가물이나 동물약품의 유해성분이 축산물에 잔류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신선 과채류에서는 중금속이나 농약의 잔류 여부가 식품 안전의 핵심이다. 이와 같은 식품시장의 변화 추세를 소비자 관점에서 요약한 개념이 ‘식탁에서 농장으로’ 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업인이 이러한 식품시장의 변화를 이해해 신속하고 적절히 적응하는 것이 식품산업과 국내 농업과의 연계를 강화해 농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kkhan@kfri.re.kr [최종편집 : 2007/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