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진 영남대 식품산업경영학과 교수 최근 소득 향상에 따라 건강 지향적인 식생활이 정착되면서 농산물의 농약 잔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유기농산물을 포함한 친환경농산물 코너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라 생산자는 이제 친환경농산물의 안전성은 물론 소비자가 안심하고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품질과 가격 면에서의 신뢰 구축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농림부는 환경농업육성법의 제정을 통해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를 실시해 오고 있고, 최근 인증제의 내용 일부를 개선하기 위한 개정 법률도 공포했다. 또 농산물의 잔류 문제 못지 않게 축산물에 대한 항균·항생제의 잔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또한 매우 높다. 최근 세계적으로 각종 가축질병이 빈발함에 따라 더욱 그러하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제도가 현재 시범 실시 중인 쇠고기에 대한 생산이력제다. 그러나 국제화시대에 국내산 농축산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쇠고기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국내산 농축산물에 대한 생산이력제의 실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의 친환경농산물 역사는 짧지만 일부 농산물은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안전관리제도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신뢰 구축이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제도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자의 자구 노력은 물론 관련부처 및 소비자단체의 인증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과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일본은 2003년에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라 2006년부터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산뿐 아니라 수입되는 모든 농축수산물이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유통될 수 없다. 이 제도의 실시를 통해 자국산 농축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구축은 물론 수입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는 일종의 비관세 장벽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을 포함한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일반농산물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친환경농산물의 생산성이 일반농산물에 비해 낮으며, 관리에 따른 추가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친환경농산물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06년 최초로 JAS(일본농업규격)를 통과한 메이지유업의 유기우유 1ℓ의 소비자 가격은 400엔(약 3,100원)으로 일본 내 일반우유의 약 두배다. 이에 비해 국내의 유기우유 1ℓ 가격은 4,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일반우유의 2.5배 내지 4.5배에 달한다. 친환경 과채류의 경우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농산물에 비해 1.5배 정도 비싸다. 유기농 두부는 일반제품 가격의 2.5배 내지 3배 높다. 설 대목이기는 해도 친환경농산물 사과 한개가 7,500원 하는 선물세트도 눈에 띄었다. 아직은 친환경농산물이 틈새시장을 겨냥한 것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에 공급하지 않으면 친환경농업은 정착되기 어렵다. 최근 국내 농업이 점차 친환경농업을 지향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적정가격 유지를 위한 생산자와 유통업자의 공동노력이 아쉽다. sjcho@ynu.ac.kr [최종편집 : 200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