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재배 전시원과 건강점검이 가능한 약왕관, 약초가공공장 등을 갖추고 있는 약왕원. 日 군마현 사와다농협 탐방 일본 군마현 산골에 있어 조합원이 500여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농협, 사와다농협. 지난 수년간 일본 전체에 대규모 합병바람이 거세었던 와중에도 가공판매사업 하나로 의연히 버텨온 농협이다. 필자가 처음 이 농협을 방문한 것은 1986년. 지역 내 농산물로만 수십가지 가공품을 개발, 직판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란 적이 있다. 당시는 일본에서도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그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지 않았던 때로 필자는 이 조합을 보고 ‘아, 이것이 농협이다’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난해, 사와다농협은 농산물을 가공, 판매해 12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65세 이상의 고령농가가 60%나 되는 산촌농협, 조합원이 5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농협에서 이런 실적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한두가지 특화된 품목도 아니고 무·오이·가지·우엉·버섯·오디·매실·모과 등 40여종의 크고 작은 농산물을 가공해 50여가지 제품으로 만들어서 60%는 직판장과 통신판매로, 나머지 40%는 도매상을 통해 판매했다. 실로 놀라운 성과다. 일본의 농정은 ‘지산지소’와 ‘농업의 6차 산업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와다농협은 이미 20년 전부터 도시 소비자를 초청해 단무지 만들기 체험 마케팅을 펼치는 등 이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사와다농협은 임직원이 모두 120명이며, 이중 4명이 신용업무를 보고 있다. 예수금 58억엔, 대출금은 8억엔으로 예대비율이 전국 농협 평균의 절반도 안되는 14%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출수요가 없어 대부분의 여유자금을 농림중앙금고에 예치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사와다농협이 40년 넘게 합병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버텨온 비결은 바로 신상품 개발력이다. 세키 쓰네오 총무부장은 “소비자들의 변화의 요구를 먼저 파악해서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와다 농협 직원들의 관심은 국내외 여행이나 출장 중에도 오로지 신상품 아이디어 발굴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견본품이나 아이디어를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직원 총회에 제출해서 상품화 가능성을 검토한다. 사와다농협의 특산품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약초와 한방을 결합한 건강식품으로 ‘약왕원사업’이라 부른다. 약왕원은 약초재배 전시원과 건강점검이 가능한 약왕관·약초가공공장 등을 갖추고 도시로부터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약왕원에는 10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10년 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판매된 ‘간타군(눈과 간에 좋은 눈약나무 잎으로 만든 음료)’이나, 마늘·달걀·한약을 혼합해서 만든 ‘건정왕(일본판 비아그라)’, 묵은 생강뿌리에 감초·계피 등을 섞어 만든 ‘생강차’ 등은 직원들의 제안으로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경우다. 사와다농협은 앞으로 지역에서 생산하는 술 전용 쌀을 이용해 일본술 청주와 지역에서 포획되는 멧돼지로 만든 햄·소시지 등의 가공제품을 새로 개발할 계획이다. 20년 전 일본 전국에는 4,200개의 농협이 있었다. 현재는 800개의 농협만 남아 있고 앞으로 계속 합병돼 최종적으로는 50여개만 남을 것이라고 한다. 사와다농협이 속한 군마현에는 23개의 농협이 있는데, 1~3개 농협으로 합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합병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합병할 경우 가공사업 중심의 경제사업이 소홀해질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그래서 사와다농협은 경제사업만 하는 농협으로 존속하고 신용업무는 인근 대규모 농협의 지점 형식으로 사와다농협 내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세키 총무부장은 설명한다. 세키 부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부가가치 높은 가공품으로 개발해 직접 판매하면서 농민들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소득도 올리는 방법이 사와다의 농민과 농협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의송〈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장〉 [최종편집 : 2007/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