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식량시장 지배 가능성 ‘우려’ 최근 농업생명공학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세계적으로 GM(유전자변형) 작물 개발과 재배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GM 작물의 상업화를 위한 인체나 환경 안전성 심사 요청과 승인 건수도 늘고 있다. 더구나 최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미국 측이 자국의 LMO(유전자변형 생물체) 수출 확대를 위해 우리나라에 수입검역절차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GMO(유전자변형 농산물)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배면적 급증=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세계의 GM 작물 재배면적은 1996년 170만㏊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900만㏊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는 1억200만㏊로 급증했다. 재배국가도 미국 등 22개국으로 늘었는데, 최근 개발도상국의 재배비율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재배농가수는 전 세계적으로 1,030만농가에 달하고 있고, 재배작물수도 다양화되고 있다. 콩은 물론 옥수수·목화 등에 이어 벼·밀 등 21개 작물 181종이 GM 작물로 승인됐다. 콩이 5,860만㏊로 재배면적이 가장 넓고, 옥수수 2,520만㏊, 면화 1,340만㏊, 유채 480만㏊ 등의 순이다. 특히 GM 쌀은 2005년에는 이란에서 재배됐고, 중국도 상업화 직전단계에서 시험재배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GM 작물 생산량도 급증하고 있다. 박홍재 농진청 농업연구관은 “세계의 GM 작물 생산량은 1996년 1억1,500만달러였으나 지난해는 61억5,100만달러어치가 생산돼, 10년 동안 53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도 GM 작물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콩은 세계 재배면적의 64%가 이미 GM 작물로 대체됐고, 면화(38%)·유채(18%)·옥수수(17%) 등 많은 품목이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유전자별로는 제초제저항성 작물(68%)과 해충저항성 작물(19%)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승인된 GM 작물은 없다. ◆안전성 논란 확산=GMO는 환경적 영향이나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타링크’ 옥수수 사건이다. ‘스타링크’는 해충저항성 단백질을 포함하는 GM 옥수수다. 이 옥수수의 형질전환된 ‘Cry9C’라는 살충성 단백질은 열에 강한 성질을 갖고 있어 인간의 소화체계에서 분해되지 않을 수 있는 등의 이유로 미국 환경부가 동물사료용으로만 쓰도록 품종을 승인했다. 하지만 2000년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한 외식업체 상품에서 식용으로 사용이 금지된 ‘스타링크’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사료용으로 승인된 GM 작물이 유통과정에서 식용이나 가공용으로 잘못 혼입됐고, GMO 관리가 허술할 경우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 안전성 확보에 많은 교훈을 줬다. 또 미국과 EU가 GMO 문제를 놓고 WTO(세계무역기구)에서 분쟁을 벌인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캐나다 등은 2003년 EU의 GMO 승인 잠정중지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했다. 미국은 “환경위해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GMO와 전통식품 사이에 고유한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EU는 “생명공학식품의 잠재 위해성뿐만 아니라 GMO와 전통식품 간 위해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들어 반박했다. GM 쌀 문제도 심각하다. 임은경 YMCA 정책기획팀장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시판되는 쌀에서 식용으로 허가되지 않은 유전자변형 물질이 검출됐다”면서 “이 쌀은 제초제에 견딜 수 있는 박테리아성 DNA(유전자)를 보유한 품종으로, 일본 정부는 이 품종 쌀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GMO 안전성 논란이 거세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들과 소비자시민모임 등 소비자단체들은 GMO의 인체·가축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장기간 재배 시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는 데다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다국적 기업의 식량시장 지배 가능성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박상희 한농연 과장은 “미국 등 GMO 수출국들이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등을 통해 GMO에 대한 수입국의 규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GMO는 다국적기업의 식량시장 지배 가능성을 높여 농업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만큼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GMO 반대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안전성 기술과 제도개선 서둘러야=농진청은 1999년부터 GMO 검정기술 개발에 들어가 수입되는 농산물에서 GM 작물의 포함 여부와 혼입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농관원과 식물검역소에 이전해 활용토록 하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13종의 GMO 검정법은 콩·옥수수·감자 등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최재천 의원은 “LMO는 생태계 교란과 인체에 대한 안전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아 국제적 협약을 통해 국제적 감시와 관리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미국이 바이오안전성의정서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자국 업계의 요구와 관련돼 있는 만큼, 충분히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LMO가 식용·사료용·가공용으로 국내에 수입되는 과정에서 위해성 평가를 생략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선옥 소시모 이사는 “GMO 표시대상 식품이 수입됐으나 수입농산물 이용 가공식품에는 표시된 것이 없다”면서 “소비자의 안전과 알 권리를 위해 GMO 표시제를 실용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순 기자 jongsl@nongmin.com ●GMO(유전자변형 농산물)= 유전자재조합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체다. 기존 작물육종에 의한 품종개발과 달리 식물·동물·미생물의 유용한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분리하거나 결합시켜 개발자가 목적한 특성을 갖도록 한 농축수산물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LMO(유전자변형 생물체)=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얻어진 것으로, 새로운 유전물질의 조합을 포함하는 모든 살아 있는 생물체다. GMO 중 살아 있는 생물체임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용어다. 국제적으로는 식품분야에서는 GMO를, 생물다양성협약에 의한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에서는 LMO를 사용한다. [최종편집 : 200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