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글     <창간 26주년 특별기획> 민간농업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 ‘개방화시대, 살아남는 길은 무엇인가’ ‘개방화시대, 살아남는 길은 무엇인가’         “도하개발어젠다(DDA),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대변되는 개방화시대에 우리 농업·농촌이 살아남는 길은 무엇인가?”   농수축산신문은 이 같은 대명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7일 본사 회의실에서 농업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민간 농업연구기관장들과 ‘개방화시대, 살아남는 길은 무엇인가’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감담회에 참석한 농업 전문가들은 농업인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실효성 있는 소득보전 대책을 수립해야 하며, 농가 조직화를 통한 전문 경영체를 육성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농업·농촌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림으로서 농업·농촌에 투입되는 재원을 국민이 동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를 지상중계 했다.   ▶ 일시 : 2007. 5. 7(월)   ▶ 장소 : 농수축산신문 회의실   ▶ 좌장 :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 토론 : 이헌목 한국농업정책연구소 소장             최용규 (사)세계농정연구원 원장             김동환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 정리 : 박유신·이남종 수석기자   ▶ 사진 : 엄익복 차장   ▲이정환 이사장=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고 한달이 지났다. 지금 농업인과 농업계의 생각과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김동환 원장=최근 농업분야 여론을 종합해보면, 한·미 FTA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한 파급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농업인들의 불안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FTA나 DDA 등 세계무역규제완화라는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 관세를 통해 농업을 보호하는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관세를 통한 정부의 정책수단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이 한·미 FTA가 가져오는 커다란 변화의 흐름이라고 본다.   ▲이헌목 소장=한·미 FTA는 FTA 중에서도 모든 품목에 대한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협상이었다. 앞으로 10년 후면 모든 농산물이 개방된다. 완전히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다. 결국 세계최강의 미국과 일대일로 맞붙자는 것인데 10년 후에 우리 농업·농촌 상황은 지금과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지금도 살기 어려운데 앞으로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팽배하다.   ▲이정환 이사장=1990년대부터 개방화가 본격화되고 가속화되었지만 한·미 FTA로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세계화의 추세를 어떻게 전망하며, 이런 추세 속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최용규 원장=DDA를 포함해 2가지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선 다자적인 측면에서 볼 때, DDA는 최근 제안문서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도 연장이 되고 올해 말까지 목표로 구체적인 모델리티가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농업 보조규모를 얼마나 양보할 것이냐에 따라 협상에 상당한 변수가 예견된다. 민간품목 제한서가 1~2%이고 특별품목은 5%, 8%이다. 실질적으로 반으로 한다고 해도 민감품목 3%, 쌀 하나만 하더라도 2%이상이 되는데, 민감품목을 몇 개나 건질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개도국이 된다고 해도 6.5%가량이어서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 필요한 품목을 많이 포함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것이 큰 걸림돌이다. 보다 빠른 관세감축과 보조감축 등은 우리나라에 부담으로 온다. 양자적인 측면에서 볼 때, 향후 EU나 중국과의 FTA는 미국과의 FTA에 이어 또 다른 파고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한·중 FTA가 이뤄진다면 국내 농업 특히 채소류나 양념류분야는 국내 농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한·EU FTA는 축산분야에 2중 3중의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농업의 세계화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자적인 측면에서 보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관세 상한선, 민간품목 등에 대한 반영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G6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에 숙고해야 한다. EU와의 FTA는 낙농분야 등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일FTA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냐에 있다. 일본과의 FTA는 국내농업의 기회일 수 있다. 공업분야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더라도 농업분야에서 한·일 FTA에 적극 나서야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중국과의 FTA에 대비하지 않으면 더 이상 한국농업은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이헌목 소장= 중국은 우리나라 무역에서 가장 흑자를 많이 내고 있어 중국과의 FTA를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농업계의 바램과는 달리 중국과의 FTA는 빨리 진행될 것이다. 여기에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상황에서 DDA 등으로 우리가 무엇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한·미 FTA로 농업도 완전 경쟁체제에 들어간 상태에서 미국의 충격에 비교하면 타국과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김동환 원장= 사회전반이 개방화 추세에 있다. 하지만 과연 한·미 FTA가 국가 전반적인 측면에 도움이 되는 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과연 공업분야에서라도 얻을 것이 있는가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이 있어야 한다. 여러 국가와 FTA가 체결되면 관리비용의 증대 등 복잡한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 따라서 DDA 협상측면으로 접근방법을 모색해야할 필요성도 있다.   ▲이정환 이사장=수입쌀 시판, 추곡수매제 폐지 등과 함께 계속 개방의 파고가 밀려오는데 대한 농업인들의 좌절감과 불안감이 매우 높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어떤 대책이 있는가.   ▲이헌목 소장=개방되는 것은 확실한데 대책은 없다. 농업인 개인이 1대1로 붙으면 게임이 안된다. 반드시 단체전으로 붙어야 한다. 단체의 전술·전략에 따라 승부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정부의 대책은 농업인이 알아서 조직화해 대응하라는 논리로 농업인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농업인 혼자가 아닌 조직화로 대응해야 하며 정부가 이를 느끼고 지원해 줘야 한다. 현재 농촌의 젊은층이 없어 10년, 20년 후에는 농업인이 부족해 문제가 있을 것이다.   ▲김동환 원장=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는 자신감 부여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농림부 정책은 없다. 두렷한 대책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희망, 자신감 부분을 구체화해야 한다. 구조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등 피상적인 측면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불투명한 정책이 농업인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측면이 있다. 전체를 껴안기보다는 일부농가의 탈루를 기정화하고 나머지 부분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농업의 방향전환을 위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인식전환과 정책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소비자지향정책을 펴고 마케팅도 개인보다는 단체위주의 조직적 마케팅을 기반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정환 이사장=정부가 농가 전체를 살린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이헌목 소장=누구를 선택하고 집중할 지에 의문이 들고 사실상 힘든 일이다. 누구를 포기하고 120만 농가에 대해 일일이 맞춤형 농정을 실현할 수 있는가. 개별 농가의 소유를 한곳에 집중시켜야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사고는 바꿔야 한다. 농업 자체의 수준을 높여 영세한 농가구조를 바꿀 수는 없는가.     ▲이정환 이사장=선택과 집중 농정에서 선택의 방법문제와 함께 현 상황에서는 불안감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한·미 FTA 대책으로 소득보전 강화와 경쟁력 향상에 대해 내 놓았다. 우선 농가의 불안감을 제거키 위해서는 가격 하락시 소득보전을 약속할 수밖에 없다. 소득보전제도의 문제점과 극복방안은 무엇인가.   ▲최용규 원장=소득보전정책 측면에서 볼 때, 직불제는 농가수가 많기 때문에 효과가 미약하다. 한계농가들이 소득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정부정책추진의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실질적인 구조정책이 아닌 생활보전 차원에서 머물 수 밖에 없다. 소득보전 직불 등은 농가수가 충분히 정리된 후에 시행돼야 한다. 소득보전에 대한 정부안은 80%보전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80%의 80% 또 그 80%의 80%등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가격차에 대한 소득보전이라면 80%가 아닌 100%를 해줘야 불안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농가들은 지속되는 FTA협상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정책이행에 대한 불안감에 쌓여있다. 지속되는 협상에 따라 개별적인 대안마련에는 문제가 있다. 품목별 종합적인 대안마련제시가 있어야 한다.   ▲이헌목 소장=과연 몇 %가 적정 소득보전수준인가. 만약 100% 소득보전을 해준다면 몇 년간 할 것인가. 또 피해가 직·간접으로 연계되는 것에 대한 소득보전도 명확치 않다. 기술적으로 품목 대체효과를 반영한 소득보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진정 농업인의 불안감을 해소키 위해서는 지금보다 소득이 감소치 않게 해 주는 게 중요하다.   ▲김동환 원장=소득보전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구조조정과 상충되므로 절충이 필요하다. 청과물의 경우 수급안정사업을 통해 계약농에 최저가격 보조등의 정책을 펴왔다. 이후 계약재배 안정화사업 등의 제도도입도 있었지만 농협의 손실부담으로 인해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100%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정부와 소비자, 생산자가 공동으로 부담을 질 수 있는 기금조성 등의 대안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이정환 이사장=소득보전은 필요하나 실행방법과 역기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시장을 통하지 않고 정부가 직접 농가에 돈을 준다면 국가간 정치적 논란 거리가 된다. 반면 EU나 중국과의 FTA가 진척됨에 따라 개방화·세계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헌목 소장=몇 개의 지표를 설정해 피해규모를 산정하고 이를 정부가 개별 농가보다는 집단에게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쌀 이외에 타 직불금을 활용해 개방으로 실제 소득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전해야 한다.   ▲최용규 원장= EU나 일본 등은 도시와의 소득균형에 근간을 두고 농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필수적인 요소로 들어가는 것이 농업분야 인프라구축이다. ‘농공병존(農工竝存)’이라는 개념 역시 기술적인 베이스가 돼있는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농촌생활환경개선이 도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져야 한다. 같은 삶에 기준점을 두고 소득보전부분도 생각을 해야 한다. 정책입안의 각도를 조금은 달리해야할 시점인 것이다.   ▲이정환 이사장=농가의 소득문제는 기존의 부가가치를 지키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 경쟁력이다. 농산물의 상품화와 마케팅·브랜드화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동환 원장=경쟁력이라는 개념은 포괄적이다. 소비자의 선택은 가격뿐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이 작용한다. 국내 농산물을 100%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킬 수 있는 시장범위를 정해 대응력을 갖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시장에서의 대응력 강화는 결국 조직화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우리는 산지유통조직에서 공동마케팅조직으로 브랜드중심조직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기초체질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의 조직화는 무의미하다. 특히 협동조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농협과 농민과의 관계 재설정이 우선돼야 한다. 책임과 권한이 같이가는 엄격한 계약단계로 가야 경쟁력 있는 조직화가 가능한 것이다.   ▲이정환 이사장=농산물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비자 니즈에 따른 상품개발과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화된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우수 인력과 조직은 어떻게 충당해야 하는가.   ▲이헌목 소장=생산과 유통을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위 수직적 통합 경영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산지유통센터 등 생산·가공·유통 인프라 구축이 추진돼야 하며, 사회적 인프라나 재원, 인력 등을 배치해야 한다. 특히 예산지원은 목표기준에 의해 차등화해야 하고 농업인의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필요하다. 연합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외국의 대형화·조직화된 선진 생산·유통시스템과 경쟁이 되겠는가. 경영체간의 경쟁을 만들어야한다. 조직화된 전문 경영체가 경쟁력을 가진다면 개별 농가가 다소 피해를 입어도 극복하고 개선해 나갈 여지가 있다.   ▲이정환 이사장=선진국도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정부가 지나친 조급함으로 시설 중심의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해 스스로 역동성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헌목 소장=주산지별로 경영체를 만들고 전국 단위의 협의체를 만들어 협력하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또 시장에 대한 농업인들의 이해가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시켜 줘야 한다.   ▲이정환 이사장=가속되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우리 농업과 농촌이 반듯하게 발전해 선진 농촌이 되기 위해 정부, 농업인, 관계기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헌목 소장=정책 목표만 있고 실행 주체가 없다. 농산물의 고품질화가 목표면 기술개발 주체나 전파 주체, 관리 주체가 있어야 한다. 이를 농업인들의 조직화된 전문 경영체가 담당토록 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경영체 육성이 필요하며, 주인은 반드시 농업인이 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에게 농업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국민들로부터 우리 농산물이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안전성 확보와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농업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느끼게 해 줘야 한다.   ▲김동환 원장=모든 부분이 개방된다는 전제하에서 국내 농업에 대한 토의가 이뤄져야한다. 우리나라 농업 역시 시장을 중심으로 본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시장에서의 실패문제, 즉 소득보전이나 인프라 구축 등에는 정부에서 적극 지원해야 하지만 시장부분에 있어서는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정책부분도 농업자체 자생력이 가능하도록 추진해야 한다.   ▲최용규 원장=일부에서는 농업분야 투자에 대한 결과에 대해 묻고 있지만 과연 선진국만큼 농업에 대한 투자를 해왔느냐를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10년, 20년후 농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투자를 아까워해서는 안된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은 결국 적절히 투자되지 못한점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정확한 투자규모를 설정하고 투자에 따른 농가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제화도 고려해야 한다. 경영안정대책은 고령화에 대비한 후계자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인 정책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정책을 동시에 구축해 농업인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농업분야 R&D에 대한 문제인식, 특허나 안전성 등의 문제해결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박유신, 이남종 기자 농수축산신문 '07.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