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종 전문가들은 국가 육종의 목표를 재설정해 전략적 품목 이외의 작물에 대해서는 기초과학 연구, 해외 유전자원 확보 등을 통해 민간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농진청 원예연구소의 비모란 접목선인장 품평회. 한국농업 성장동력을 찾자 <2부> *국가육종의 현주소 국내에 등록된 품종의 절반 이상은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과 원예연구소 등 국가기관이 개발한 품종이다. 그러나 영농현장에서는 쌀을 제외하고 국가기관이 육종한 품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까지 농진청이 개발해 민간업체에 분양한 품종은 20개 작물 88개 품종에 불과하며,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고작 1억원 수준이다. 이처럼 국가기관이 개발한 품종을 영농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연구원의 신분이 공무원이다 보니 연구를 위한 연구, 보고를 위한 연구에만 매달린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식량작물에 있어서 농진청의 업적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통일〉벼에서 〈일품〉벼, 그리고 올해 보급되기 시작한 〈고품〉벼와 〈운광〉벼에 이르기까지 식량자급에 밑거름이 된 품종 개발은 농진청의 혁혁한 공이다. 그러나 원예분야에 있어서는 사정이 다르다. 로열티 문제로 홍역을 치른 장미와, 역시 로열티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딸기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여러 품종을 개발했지만 대다수가 농가의 선택을 받지 못해 농진청의 개발실적으로만 남아 있다. 딸기의 경우 최근 〈매향〉과 〈설향〉 〈금향〉 등이 농가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육보〉나 〈장희〉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따라 육종 전문가들은 국가육종의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해외 유전자원 확보와 특성 분석, 기초과학 연구, 해외 정보수집, 재정지원 등의 분야에 주력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우수한 종자를 개발하도록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진청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장비와 시설은 품종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첨단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기상이변에도 견디고 병해충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은 물론 각종 기능성을 겸비한 종자 개발이 확산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해 육종 기반을 다지는 데 정부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농협종묘개발센터 김용권 박사는 “호박의 경우 아직까지 흰가루병 저항성 품종이 없는데, 그 인자를 만들어 민간에 제공하는 것이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이라며 “특히 승진과 인사이동에 얽매이지 않고 특정 품목에 대해 집중 연구하는 풍토가 조성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최종편집 : 200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