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행태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3월 21~24일 4일간 개최된 2006서울국제식품전을 찾은 참관객과 지난 4월 1~30일 한 달간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유통업태별 소비행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가장 애용하는 업태는 할인점이며 매장 선택시 상품 다양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하고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은 할인점 영업시간 규제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었다. 가치 지향 복합공간 선호 먼저 식품 및 생활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장 자주 찾는 소매업태를 묻는 질문에 66.8%의 소비자들이 할인점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22.8%가 슈퍼마켓, 5.8%가 백화점을 선택했으며 재래시장, 동네 구멍가게나 식품점을 애용하는 소비자들은 각각 2.7%, 1.9%에 그쳤다. 소비자들이 할인점, 슈퍼마켓 같은 현대식 매장에 몰리는 현상은 소비수준 향상 및 가격에 대한 만족도 있지만 충분한 주차시설 및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할 수 있는 여건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또한 상품구색이 풍부해 개인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체감 경기지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했던 재래시장은 최근 재개발을 통한 현대화 사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소비자가 유통채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복수응답)는 상품 다양성(64.2%), 가격(56.2%), 이용 편의성(52.7%), 주차시설(31.2%), 매장환경(13.5%), 영업시간(8.1%), 편의시설(7.7%)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소비심리 회복으로 인해 소비자 지갑이 점차 열리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저렴한 곳을 선호하기보다 여러 상품을 비교 구매할 수 있는 상품 다양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매장을 방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가격을 지향하는 소비패턴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관적 만족을 위해 상품을 구입하는 가치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고급화, 복합화로 선두자리 굳힌 할인점 앞에서 언급한 소매점 선택기준 가운데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5가지(가격, 상품구색, 이용 편의성, 서비스 및 매장환경, 주차 및 편의시설)를 제시, 가장 우수한 업태를 묻는 질문에는 할인점이 3가지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가격(74.3%), 상품구색(54.1%), 주차 및 편의시설(58.5%)에서 모두 과반수 지지를 얻은 할인점은 소매시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에 대한 만족도는 할인점에 이어 재래시장이 22.0%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7.3%는 슈퍼마켓, 백화점, 동네 구멍가게나 식품점 순으로 조금씩 나눠 가졌다. 대량구매를 통한 박리다매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할인점은 서민들이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래시장이 2위로 선정된 이유는 획일화된 정찰제보다 사람 냄새나는 삶의 현장을 토대로 넉넉한 인심을 강점으로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품구색이 풍부한 업태 경우 할인점에 이어 백화점(21.6%)을 꼽았으며, 슈퍼마켓과 재래시장이 각각 10%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고급화와 복합화를 동시에 지향, 백화점과 전문점을 아우르는 상품을 확보하며 다양한 고객층을 유인하려는 할인점 업체들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된다. 이용 편의성 경우 39.3%의 소비자들이 지역밀착형 소매업태인 슈퍼마켓의 접근성을 높게 평가했으며, 동네 구멍가게나 식품점(25.6%)과 할인점(24.0%)이 각각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서비스 및 매장환경은 백화점(69.7%), 주차 및 편의시설은 할인점(58.5%)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백화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문화센터를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할인점이 백화점(22.1%)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접근성 뛰어난 슈퍼마켓 자주 찾아 유통채널별 월평균 방문횟수를 비교해 본 결과 가장 자주 방문하는 곳은 슈퍼마켓과 동네 구멍가게로 나타났다. 특히 월평균 6회 이상 슈퍼마켓에서 쇼핑한다고 답한 소비자들은 38.4%에 달한 반면 할인점(8.9%)과 백화점(4.7%)은 10% 미만에 그쳤다. 할인점 방문횟수는 월평균 2회라는 응답이 30.8%로 가장 많았고 4회(22.6%), 1회(17.5%), 3회(15.8%)가 뒤를 이었다. 백화점 경우 월평균 1회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한편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비해 객단가가 낮은 재래시장 경우 월평균 1회 또는 2회 방문한다고 답한 비율이 60%를 상회해 소비자들 발길이 점점 뜸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한번 쇼핑할 때마다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살펴보면 할인점 경우 6~10만 원이라는 응답이 37.7%로 가장 많았고 3~5만원(28.3%), 16~20만 원(10.3%)이 뒤를 이었다. 또한 보통 1차 상권이 0.5~1㎞ 정도인 슈퍼마켓 경우 49.4%의 소비자들이 한번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평균 1~2만 원을 지출한다고 답해 객단가가 낮은 대신 이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를 기준으로 매장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요일은 주말이 46.1%로 주중(13.4%)보다 훨씬 많았으며, 특히 토요일(28.2%)에 주로 쇼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8.6%의 소비자들은 특정 요일에 상관없이 찬거리가 떨어지면 매장을 방문한다고 답했다. 주요 쇼핑 시간대는 48.9%가 오후 5~10시, 32.1%가 오후 12~5시라고 답해 역시 퇴근 후 장을 보는 저녁 시간대가 피크타임으로 나타났다. 또한 맞벌이 부부, 젊은층을 중심으로 밤 10시 이후에 매장을 방문하는 심야 고객도 12.2%를 차지했다. 소비자 피해보는 영업시간 규제 반대 최근 여야의원들이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점포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할인점 영업시간 규제 논란에 대해서는 71.8%의 소비자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영업시간 규제로 인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반대 입장을 표명한 소비자들 대부분은 영업시간이 규제되면 맞벌이 부부나 퇴근 시간이 늦은 직장인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며, 결국 쇼핑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본주의 시장경쟁 체제에서 영업시간 제한은 시장자율 원칙에 역행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재래시장 활성화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할인점 영업시간을 규제해야한다는 의견은 28.2%에 그쳤다. 찬성 입장을 표명한 소비자들은 할인점의 유통채널 독식을 우려하거나, 심야영업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는 답변도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살아나고 있는 소비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근시안적 법안 마련보다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