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일본품종이 90% … 농가 무방비    딸기 로열티 발등의 불-① 재배·육종의 현주소 로열티 문제로 딸기농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06년 품종보호대상 작물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로열티 지급이 코앞으로 닥쳐왔기 때문이다. 농가들 사이에서는 로열티로 인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3회에 걸쳐 위협받는 국내 딸기농사를 진단해 본다.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겁니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합천·김해 등 경남 일대에서 만난 딸기농가들은 로열티 문제를 묻자 격앙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심을 만한 국산 품종이 없는데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되묻기 일쑤였다. 농업인 한영범씨(48·김해시 한림면 장방리)는 “로열티가 한주당 100~150원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맞느냐”고 반문하며 “이 정도의 가격이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가들의 이 같은 혼란은 국내 품종의 빈곤에서 비롯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재배되는 딸기는 〈육보〉 52.5%, 〈장희〉 31.7%, 〈사치노카〉 1.8% 등 일본 품종이 90% 이상을 점유한다. 국산 품종 점유비는 〈매향〉 8.3%, 〈조홍〉 0.8% 등 10% 미만이다. 딸기의 품종보호 강화 추세는 당장 대일수출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딸기의 일본 수출량은 2001년 4,648t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었고, 지난해 수출량은 1,081t으로 2003년의 1,452t보다 30%, 2001년 대비 78%나 감소했다. 일본 유통업체들의 원산지 및 품종표시 강화 등 일본 내 품종보호가 강화된 것이 주요인이다. 이는 그 동안 정부가 육종의 중요성을 간과해 초래한, 예상된 결과라는 비난이 많다. 1982년 시작된 정부의 딸기육종 연구는 8개 품종을 육성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농가들로부터 경제성을 인정받는 품종은 2002년 육성한 〈매향〉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육종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딸기육종에 종사하는 연구인원은 모두 8명. 이중 논산 딸기시험장을 비롯한 지자체 소속 4명을 제외하면 정부 산하의 연구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100명 가까운 육종 연구인력을 보유한 일본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그나마 가장 우수한 국내 품종으로 인정받는 〈매향〉을 개발한 연구진 중 한명은 한곳에서 10년 넘게 장기근속했다는 이유로 올해 초 부여 토마토시험장으로 전출돼 딸기 육종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대변하고 있다. 논산지역 딸기농가들은 “로열티 문제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데 딸기 전문 육종가를 토마토시험장으로 전출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연구기관의 한 직원도 “육종을 제대로 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근무해야 하는데 10년차라고 이동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지난 1~3월 지역별로 실시한 ‘딸기 품종보호 대상작물 지정대비 설명회’에 대해서도 농가들의 불만은 대단하다. 대안 제시 없이 일회성 설명회로 정부가 책임만 면하려 한다는 것이 딸기농가들의 생각이다. 딸기 수출농가 박동문씨(51·합천시 율곡면 제내리)는 “설명회에서 정부는 우량품종 개발·보급과 국산 품종 수출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육종기간 등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딸기 로열티 언제부터 어떻게 내나 농림부는 딸기의 품종보호 대상작물 포함시기를 2006년 12월로 잡고 있다. 좀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 경우 2006년 심어 2007년 수확하는 딸기는 로열티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육종자의 품종출원 공개일 이후부터 효력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박순연 농림부 사무관은 “육종자의 출원공개일 이전에 식재한 것은 로열티 지급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열티 지급대상은 품종보호권 설정 등록일로부터 20년이 경과되지 않는 품종이다. 〈육보〉가 13년, 〈장희〉가 12년이어서 이에 해당되고, 국내품종인 〈매향〉〈조홍〉 등도 포함된다. 무단번식하면 손해배상과 함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로열티의 지불금액이나 방법 등은 품종보호권자와 사용자 간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 〈남우균〉wknam@nongmin.com [최종편집 : 200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