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로열티 발등의 불-② 맛없는 외래품종 시장 흐려    “로열티 안낸다” 뜬소문 … 재배 우후죽순 딸기 마니아임을 자처하는 서울 강남의 주부 박지연씨(32·삼성동)는 최근 딸기에 관한 안좋은 추억이 생겼다. 지난 1월 서울시내 한 할인점에서 먹음직스런 딸기를 2번 구입했는데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 최악의 맛이었다. 그 이후 박씨는 품종 탓이란 걸 알았지만 요즘도 당시 구입했던 딸기와 형태가 다른 길쭉한 모양의 딸기를 주로 찾는다. 소비자 기호에 맞지 않는 품종이 시장을 흐리고 있다. 미국산인 〈스위트찰리(대홍)〉와 〈카마로스〉를 비롯해 이스라엘산으로 알려진 〈타마〉 등이 주범이다. 재배하기 쉽고,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다는 소문이 나면서 5~6년 전부터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확산됐다. 딸기 전체면적의 3% 내외로 추정되지만 밀양·합천·김해 등지에서는 전체의 30%에 육박할 정도다. 농업인 이헌상씨(41·밀양시 하남읍)는 “최근 로열티 걱정이 많은데 로열티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합천의 한 농가는 “단단하면서도 모양과 색깔이 좋고, 수량까지 많이 나온다”며 “〈장희〉와 출하시기가 비슷한 촉성인 데다 재배하기도 쉽다는 점이 재배확산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외래 품종이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것. 당도가 낮고 신맛이 강한 탓이다. 이러한 맛의 특성은 가공용 또는 크림 등을 발라 먹는 외국에서는 문제되지 않지만 주로 첨가물 없이 단맛 위주로 먹는 국내 소비자들은 ‘맛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여러 품종 중 가장 먼저 출하돼 소비자에게 ‘올해 딸기는 별로’라는 나쁜 인식을 심어주고, 전체 딸기소비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품종들은 서울 가락시장이나 백화점 등에서는 외면당한다. 김용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차장은 “중도매인들이 구매를 꺼려 타품종과 값 차이가 심하다”며 “〈육보〉 등과 같이 모양이 비슷한 품종의 소비기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들 품종이 대접받는 곳은 지방도매시장이나 위탁시장이다. 이들 시장을 거쳐 소규모 상점이나 트럭행상들을 통해 주로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은 농가들로부터는 싼값에 구매한 이 품종들을 타품종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값에 판매함으로써 폭리를 취하면서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대형 할인점의 할인판매용으로도 종종 애용된다. 한 납품업자는 “할인점들이 딸기를 미끼상품화하는 할인행사를 펼치면서 납품업자에게 시세보다 30~50% 싸게 공급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격을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싼 이들 품종을 대량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농업인 스스로 재배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순관 김해 한림농협 조합장은 “맛이 없으면 아무리 값이 싸도 소비자가 외면하는 만큼 외래 품종의 재배는 자제돼야 한다”면서 “내년부터는 이들 품종을 심는 농가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남명현 논산딸기시험장 연구사는 “〈스위트찰리〉와 〈카마로스〉는 각각 1992년과 1993년에 육성돼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우균〉 wknam@nongmin.com *잠깐-박 형 순 〈김해시 농협연합사업팀장〉 “국산 딸기품종 빈곤과 편한 길을 가려는 농가들이 늘면서 빚어진 문제입니다.” 딸기농가들을 최일선에서 상대하며 경남 김해시의 딸기판매를 전담하는 박형순 김해시 농협연합사업팀장은 맛이 떨어지는 외래 품종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이들 외래 품종의 재배확산을 막지 않으면 딸기농가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농협 차원에서 농가들을 적극 설득하고 있는 만큼 행정기관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맛이 떨어지는 외래 품종을 할인판매인 양 대량 판매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소비자단체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감시하는 것이 소비자와 농업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남우균〉 [최종편집 : 200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