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로열티 발등의 불-③·끝 국산 품종에서 희망 찾는다    신품종 개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본 품종에 결코 뒤지지 않아요.” “로열티 문제로 걱정이 많았는데 한시름 덜었어요.” 국산 품종인 〈매향〉을 심어본 농가들은 품종의 우수성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충남 논산시 매향딸기명품화사업단의 이용범 회장(61)은 “딸기농사를 30년 넘게 지으면서 〈육보〉〈장희〉 등 웬만한 품종은 모두 심어봤는데 〈매향〉이 그 중에서 가장 낫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향〉에 대한 이 같은 농가들의 애정은 논산딸기시험장이 개발한 품종이라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을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된다. 로열티 문제를 제쳐두고라도 모양·당도 등 품질면에서 우수하다고 말하는 농가가 많았다. 농가들은 〈매향〉의 장점으로 촉성재배형이면서 독특한 맛과 딸기 고유의 향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는다. 열매살이 단단하면서 속이 빈 공과가 없고, 수확이 꾸준히 이뤄지는 것도 이점이다. 다만 탄저병에 약해 육묘가 어렵고 환경에 민감해 재배하기 쉽지 않은 점도 있다. 대과보다는 중과가 많고, 완숙되면 색깔이 검게 변한다는 것. 재배방법이 확립되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각광받는 곳은 해외에서다. 지난해부터 〈육보〉 대체품종으로 본격 수출돼 일본·홍콩·대만·싱가포르 등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경우 연간 신선딸기 수출실적인 185t 중 대부분의 물량이 〈매향〉이고,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출업체 썸머힐의 조향란 사장은 “일본에서는 〈육보〉보다 〈매향〉에 대한 반응이 훨씬 낫다”며 “품질관리만 제대로 하면 수출의 폭을 넓힐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입소문과 함께 재배농가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는 전체의 8.3%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점유율이 15%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02년 1월 등록된 품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확산세다. 그럼에도 농가들은 〈매향〉이 희망인 것은 분명하지만 로열티 문제의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농업인 고갑숙씨(55·논산시 노성면 교촌리)는 “〈매향〉 외에 마땅한 국산 품종이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로열티 불안 해소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신품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신품종 개발을 논산딸기시험장 등 지자체 소속 연구기관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산하 연구기관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매향〉도 로열티 지급대상이라 충남도가 타 도 농가들에게 로열티를 징수할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육종 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연구인력과 예산을 대폭 늘리고, 우수품종을 육성한 연구인력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산딸기시험장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장장 이석수)은 항상 바쁘게 움직인다. 최근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직원들이 〈매향〉 재배방법을 문의하는 농가들의 전화에 답변하느라 분주했다. 김태일 육종팀장은 “전국에서 강의 및 현장방문 요청이 쇄도해 본업인 육종연구가 힘들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이곳에서 육성등록한 품종은 현재까지 〈매향〉과 〈만향〉 두가지. 내년까지의 등록을 목표로 농가 실증시험 중인 〈논산3호〉와 〈논산4호〉를 합치면 모두 4가지 품종이다. 한품종을 육성하는 데 5~10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장 12년이란 짧은 역사에 비해 이뤄낸 성과는 대단하다. 특히 〈논산3호〉와 〈논산4호〉는 〈매향〉의 단점을 보완한 고품질로 소문이 나면서 실증시험 중임에도 모종 공급 요청이 폭주하고 있다. 성과는 크지만 연구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총원 9명에 육종인력은 단 3명에 불과하고, 연간 예산 5억여원 중 연구예산은 2억원이 고작이다. 이석수 장장은 “충남도 소속인 데다 인력이 적어 타 도에 대한 현장지도가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경쟁력 있는 다양한 품종 육성을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산=남우균〉wknam@nongmin.com [최종편집 : 200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