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100배 즐기기]자연 속의 쉼터    숲 즐기기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6월, 점점 기승을 부리는 더위로 많은 이들이 몸과 마음에 피로를 느낀다.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바다로 떠나고 싶지만 아직은 이른 감이 있는데…. 그렇다면 싱그러운 향기가 나는 숲에서 하루를 보내보자. 머리가 맑아지는 풀내음, 옷 속으로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 수풀 속에서 새어나오는 새와 곤충의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심신의 피로가 자연스레 사라진다. 주부 김정연 씨(34·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가족과 함께 가끔 숲을 찾는다.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주고픈 마음에서다. “엄마, 싱그럽고 시원한 향기가 나요.” “그래,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 같구나.” 김씨와 딸 운경이(12)가 숲에 들어서자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며 말한다. 이들처럼 숲에 들어가면 특유의 향긋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이는 나무의 ‘피톤치드’라는 물질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자라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방향성 물질로, 피톤치드 안에 들어 있는 성분 중 테르펜은 피로 회복·소염제·완화제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김씨와 운경이는 가방에 들어 있는 식물도감을 꺼내 주변의 나무와 풀의 이름을 찾아본다. 또 숲 속을 천천히 걸으며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 만져보기도 하고 풀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먼저 몸 안에 있는 나쁜 기운을 모두 뱉어내는 기분으로 숨을 힘껏 내쉬어보자. 그런 다음 가슴을 내밀면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거야. 다같이 시∼작.”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 이르자 김씨가 아이들을 불러모으고 심호흡을 시킨다. 김씨의 말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운경이와 달리 아들 민재(6)와 친구 성민이는 다람쥐처럼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다가 손에 들고 있던 돋보기로 나무의 여기저기를 살피기 시작한다. “어, 벌레들이 나뭇잎을 갉아먹었네. 여기 개미가 지나간다.” 1시간 정도 숲을 거닐던 이들은 개울가에서 발길을 멈춘다. 민재와 성민이는 어느새 신발과 양말을 벗고 개울에 들어가 걸어다닌다. 숲 속에 흐르는 계곡의 물가나 폭포·분수 등 물 분자가 격렬하게 운동하는 곳에는 음이온이 많이 발산되는데, 이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일까. 숲을 한참 걸어 지칠 만한데 김씨와 아이들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얼굴에 생기마저 감돈다. 요즘 김씨 가족처럼 숲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숲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나무가 가장 활발하게 자라는 6∼8월 중 날씨가 맑고 바람이 적은 날이 삼림욕하기에 가장 좋기 때문이다. 특히 해뜰 무렵과 오전 10∼12시가 우리 몸에 이로운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가장 많이 배출된다. 전문가들은 삼림욕을 할 때는 숲에 자신을 맡긴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3시간 정도 천천히 걸을 때 효과가 배가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전국 90여 개의 자연휴양림을 비롯해 10개의 수목원과 60여 개의 삼림욕장이 있으며, 산림청 홈페이지(www.foa.go .kr)를 방문하면 삼림욕 할 수 있는 곳을 안내받을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숲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무와 풀에 대한 정보도 자세하게 얻을 수 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피로를 풀고 싶다면 가족과 함께 가까운 숲을 찾아 맑은 공기를 마셔보면 좋을 듯하다. 글·김지연 기자｜사진·방상운 기자 독자 모델·엄마 김정연, 딸 이운경, 아들 이민재, 친구 김성민 전영우 교수가 전하는 숲 오감 체험법 숲·나무 소리 듣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숲 바닥에 앉거나 나무에 기댄다. ·눈을 감고 1분 정도 조용히 주변 소리를 듣는다. ·들은 소리를 새·벌레·바람 소리 등으로 구별해본다. ·숲 속에서 줄기가 굵은 나무를 정한 뒤 청진기나 귀를 나무줄기에 대본다. ·숲과 나무의 소리를 언어로 표현해본다. 심호흡하기 ·허파꽈리 속에 들어 있는 묵은 공기를 최대한 내뱉는다. 그런 다음 숲 속의 공기를 한껏 마셔서 허파꽈리를 최대한 팽창시키기를 10여 회 계속한다. ·들이킨 산소가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껴보며 공기의 맛을 음미한다. ·도시 공기와 숲 공기의 차이점을 생각해본다. ·나무·꽃·풀·잎·흙·물의 냄새를 맡는다. ·신선한 공기의 맛을 언어로 표현해본다. 손으로 대화하기 ·나뭇잎의 다양한 질감을 손으로 느껴본다. ·나무줄기의 다양한 표면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어본다. ·도토리나 솔방울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나무 열매를 만져본다. ·눈을 감고 촉감을 느낀 뒤 다양한 언어로 표현해본다. 색깔 감상하기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무들의 색깔을 관찰한다. ·나무나 숲이 표현하는 녹색 또는 연두색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본다. ·같은 나무라도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꽃눈·잎·가지의 차이를 감상한다. ·나무·잎·꽃·숲의 색깔을 언어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맨발로 대화하기 ·흙·바위·낙엽 등 맨발로 각기 다른 숲 바닥을 걸어본다. ·봄·여름·가을·겨울에 숲길을 맨발로 걸어본다. ·맨발로 계곡을 걸어본다. ·흐르는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물살의 감촉을 느껴본다. ·발로 전해진 다양한 느낌을 언어로 표현해본다. 숲에 가기 전, 꼭 읽어보세요 ·준비하면 좋은 것 - 숲은 나무·꽃·풀·곤충·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으로, 책으로 접했던 것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연 교육장이다. 식물도감·곤충도감 등을 챙겨 가면 아이들 자연 학습에 도움이 된다. 돋보기를 함께 챙기면 더욱 좋다. ·복장은 이렇게 - 공기 중 테르펜 물질이 자연스럽게 피부에 닿을 수 있도록 공기 유통과 땀 흡수가 잘되는 얇고 헐렁한 옷차림이 좋다. 또한 땀 흡수가 잘되는 면양말과 미끄럽지 않으면서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는다. 벌레나 길게 뻗은 나뭇가지에 찔리지 않도록 모자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을 조금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