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그만두라는 뜻” 불안 … 분노 …         8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한·미 FTA 협상 개시에 따른 감귤산업의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가한 한 감귤 재배농업인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제주=강영식 기자 현장속으로-한·미 FTA추진 농업인 반응 “이 나라에서 농민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잉여 국민’입니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쌀협상 국회비준 등 굵직굵직한 농업협상의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메가톤급 파급을 몰고올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고 나서자 농업인들은 분노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천호준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의장은 “농업 피해액이 많게는 8조8,000억원까지 예상되는 미국과의 FTA는 우리 농민들에게 농사를 그만두라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1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되더라도 350만 농민의 절반이 실직 위기에 처한다는데, 과연 정부가 농업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토마토농가 김명광씨(39·충남 공주시 계룡면)는 “미국과의 FTA 협상 개시 얘기를 들으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아무리 어려워도 농민들은 한가닥 희망을 갖고 한겨울에 비싼 기름을 때가며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피땀을 쏟고 있는데 정부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미 FTA 추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는 축산인들은 분노를 넘어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다.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서 한우 70여마리를 키우는 박세종씨(50)는 “엊그제 나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도 우리 축산업계에 큰 타격인데 수입관세마저 철폐된다니, 한우를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될 것”이라며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이 대세라는 걸 부인할 수 없지만 어떻게 정부가 피해 당사자인 농민들을 위한 대책도 없이 농산물 수입 물꼬를 터주는 일에 골몰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수입가격이 국내산의 2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 쌀의 관세 철폐 여부도 농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충북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송인범씨는 “협상 품목에 쌀이 포함될 경우 한국 농업은 사실상 존재를 잃어버리는 대 참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한·칠레 FTA로 홍역을 치른 과수농가들은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졌다. 감귤농가 현승훈씨(40·남제주군 표선면)는 “감귤원 폐원 등 자구 노력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오렌지가 싼 값에 물밀듯이 밀려든다면 더이상 감귤 농가들이 설 땅이 없다”고 우려했다. 사과농가 김응학씨(48·충북 괴산군 청천면)는 “칠레와의 FTA 체결 후 인근 복숭아 과수원은 거의 폐원하다시피 했고, 그나마 경쟁력 있다고 여긴 사과마저 복숭아 꼴이 될 처지에 놓였다”면서 “협상을 시작한 정부에 과수산업을 지킬 의지는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의장은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국정의 최대 과제로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양극화를 조장하는 이중적인 행태로 농민들을 ‘기타 국민’ ‘잉여 국민’ 취급하는 한 현 정권을 결코 신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주=이경석, 문경=한형수, 괴산=구영일, 남제주=강영식 기자 [최종편집 : 200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