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지지 외면한 할인점 저가판매 ‘기승’         7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후생동에서 열린 ‘2005년산 우수 브랜드 쌀 전시 및 판매행사’에 참석한 공무원들이 브랜드 쌀을 구입하고 있다. 생산농가 “이래도 되나” 분통 대형 유통업체의 쌀 저가판매 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통업체의 이 같은 행태는 특히 최근 산지 쌀값이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등 수확기 쌀시장이 불안해진 틈을 타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어 신곡(햅쌀)의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7일 현재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개점 12주년 기념 폭탄행사’라는 명목으로 〈우리쌀〉이란 자체 상표(PB)를 붙인 쌀 20㎏짜리를 3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3일부터 창사 26주년 기념행사를 벌이면서 〈햇쌀 한공기〉 20㎏ 한포대에 3만2,900원, 〈자연에서 태어난 쌀〉 20㎏ 한포대에 3만4,000원의 가격을 붙여놓고 손님을 부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유통업체의 이 같은 쌀 저가판매 행태는 특히 할인점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극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할인점이 밀집한 광주광역시에 기반을 둔 빅마트는 탄생 5주년 초특가 기획전을 통해 〈해풍 참살이쌀〉을 3만5,500원에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 등 경쟁 마트와 인접한 이마트에서는 무조건 상대 할인점 판매가보다 최소 100원 이상 싸게 판매해 손님을 붙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이들 유통업체선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등에 다른 조합의 쌀 납품의향 가격을 흘리면서 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토록 반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쌀 저가판매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미 예정된 할인 행사여서 변경할 수 없는 데다, 가격 인하로 쌀 소비가 늘어나면 쌀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지에서는 이 같은 소비지 가격인하 바람이 쌀 소비촉진이라는 순기능보다는 햅쌀의 시장가격을 낮은 값에 못박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쌀이 저가로 판매된다고 해서 쌀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쌀값 지지가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수확철 소비지에서의 판매값 인하는 산지 쌀값 반등의 발목을 잡고 추가적인 값 하락마저 부를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농연과 전농·전업농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는 물론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운영 전국협의회도 유통업체의 저가판매 행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각각 1~3일 잇따라 발표하고 향후 이 같은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고려하는 등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임진호 강원 철원군 갈말농협 조합장은 “대형 유통업체의 가격 인하 요구가 품질격차에 상관없이 산지에 들어오고 있다”며 “햅쌀의 가격이 이대로 주저앉는 것 아니느냐는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고품질 쌀 생산 의지마저 꺾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영·광주=김계홍〉 spur222@nongmin.com [최종편집 : 200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