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마음에서 판로 찾아라    농산물 유통 새물결 ‘더 간편하게! 더 작게! 더 안전하게!’ 주5일 근무제·싱글족·맞벌이 확산 등으로 대량 구매의 필요성이 줄면서 소량 구매 패턴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소포장 농산물과 씻어 다듬고 자를 필요없이 곧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신선편이 농산물의 소비가 점차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일련의 식품 안전 사고까지 겹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친환경농산물 시장을 하루가 다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맞벌이 부부·싱글족이 늘면서 가정 내 음식 소비량이 줄자 소포장 농산물의 인기가 높다. 농산물 구입 패턴이 대량에서 소량 구매로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큰 수박을 찾는 고객들이 아직 주류를 이루지만 가족수가 적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쪽수박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큰 수박을 절반 혹은 4분의 1 단위로 포장해 판매하는 식이다. 대량 박스로 판매되던 감귤은 소량 박스로 판매해 인기를 끈 대표적인 상품. 근래 들어 2.5㎏ 소포장 상자 또는 800ｇ들이 망까지 등장했다. 딸기·멜론·단호박·무 등의 포장도 갈수록 작고 다양해지고 있다. 축산물도 소포장 상품이 인기다. 30개들이 한판 단위로 유통됐던 달걀이 대표적인 예. 최근 들어 기능성란이 강세를 보이면서 10·12·15개들이의 소포장 비중이 늘고 있다. 이창욱 이마트 청과매입팀 과장은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일시 구매가 늘고 장바구니가 무거워지면서 소포장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소포장 상품은 낭비적 요인을 없애 상품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알뜰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결혼 생활 3년째인 주부 김선희씨(33·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는 퇴근할 때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장을 보는 횟수가 늘었다. 저녁식사를 위한 ‘볶음밥용 간편채소’ ‘된장찌개용 채소’ 등 신선편이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장을 봐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하는 과정에 품이 많이 들고 시간도 꽤 걸린다”며 “직장 생활에 쫓기다보니 신선편이농산물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김씨의 얘기는 달라지고 있는 농산물 소비 패턴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신선편이농산물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 증가와 조리 기회의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손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농산물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선편이농산물 종류도 ‘세절 당근’ ‘껍질째 먹는 안심사과’ 등과 같은 단순 가공 형태를 벗어나 즉석 요리가 가능한 가공용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이학명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식품팀 과장은 “소비자의 선호도가 원물에서 신선편이농산물로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 신선편이농산물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동완 로얄푸드서비스 대표는 “앞으로 국내 식자재시장의 30% 수준인 5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약을 쓰지 않은 친환경농산물이 ‘웰빙(well-being)’ 바람을 타고 식탁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친환경농산물 확대를 위한 대전기가 마련됐다. 2003년 말부터 일어난 웰빙 바람과 각종 건강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집중 부각시켰고, 조류인플루엔자·불량만두 파동으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니즈(필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취급량도 늘고 품목도 다양해졌다. 친환경 농산물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아이템은 쌈채류. 생으로 먹는 쌈채류는 가장 빠른 속도로 친환경 상품화돼 이제 일반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최근에는 배추·열무 같은 잎채소류, 껍질째 먹는 포도 등도 인기 상한가다. 전문가들은 “잔류 농약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식품 안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대형유통업체 등이 축산물뿐만 아니라 농산물에까지 이력추적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현민 뉴코아 아울렛 농산팀장은 “소비자들은 안전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다”며 “친환경농산물 등 안전성이 확보되거나 생산이력을 표시한 농산물의 판매량이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억〉eok1128@nongmin.com *일본, 동네상점이 뜬다? 구멍가게의 대반격인가. 최근 일본에서 1990년대 상권을 재편한 편의점·대형 양판점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동네 상점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령화·저출산 현상이 깊어지면서 가까운 상점에서 소량의 장을 보는 여성과 노인 소(小)가구가 급증했기 때문. 생선·채소를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는 로손의 ‘스토아100’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스토아100은 인테리어가 편의점과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10명 중 7명이 여성이다. 진열된 채소·생선 등도 ‘누구 코에 붙일까’ 싶을 정도로 단위가 작고, 가격도 100엔(1,000원)이 기본이다. 그래서 이 상점을 일본에선 ‘생선 콤비니(편의점의 일본말)’라고 부른다. 현재 도쿄에서 4호점까지 등장한 스토아100의 하루 판매액은 평균 50만엔. 호조다. 로손은 이에 따라 3년 뒤인 2008년까지 스토아100을 1,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로손에 앞서 먼저 반격을 시작한 동네 상점 브랜드는 ‘99푸라스(plus)’. 이 유통업체는 망한 편의점 자리만 골라서 입점하는 전략을 구사, 올 1월까지 500호점을 설립하면서 도시의 남성형 상권을 차례차례 장악해 들어갔다. 이에 편의점 업체인 ‘스리에후(3F)’는 ‘큐즈마토(q’s mart)’, ‘am/pm’은 ‘후도스타이루(food style)’란 이름으로 ‘생선 콤비니’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여성·고령자는 물건을 잔뜩 사서 들고 갈 힘이 약하다.’ 이런 단순 명쾌한 사실이 일본 상권을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양판점 상품의 대명사였던 전자제품도 요즘 일본인은 50%가량을 동네 상점에서 구입한다. 소량의 장을 보는 여성들의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유통업계의 지각 변동이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김태억〉 [최종편집 : 200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