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의 장보기 ‘클릭’으로 ‘끝’    농산물 유통 새물결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축구나 격투기 같은 스포츠나 무술 세계의 얘기가 아니다. 10년 후, 아니 빠르면 2~3년 후 농산물 유통시장도 냉혹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하 단위를 규모화하고 상품을 규격화·브랜드화한 산지조직과 판매·분산 능력이 강한 도매조직 중심으로 농산물 유통시장이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생산이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농산물을 구매하는 최첨단 소비패턴이 보편화되면서 안전성과 상품성을 겸비한 브랜드 농산물이 더욱 우대받는 소비 차별화 시대가 본격화됐다. 10년 후, 농산물 유통현장의 모습을 미리 살펴보자. *09:00 -경북 OO 사과작목회 “올해 사과값을 어느 정도나 받아줄 겁니까?” “경기가 나쁘지만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적어도 15㎏들이 한상자당 5만원은 돼야 합니다.” 2015년 8월15일 토요일 오전 9시, 국내 사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경북지역의 한 사과작목회 김철수(가명) 총무와 서울 가락시장의 청과법인 경매사 가 주고 받은 대화다. 김총무는 본격적인 사과 출하에 앞서 가락시장 내 5개 청과법인에 사과값을 타진하고 있다. 값이 제일 높은 청과법인으로 전량 출하하기 위해서다. 이는 사과작목회가 규모화를 이룬 데 따른 것. 생산자 스스로 가격을 결정해 출하하는 셈이다. * 10:00 -가락시장 과일경매장 같은 날 10시, 가락시장 내 청과법인의 과일 경매장에서는 사과·배 경매가 시작됐다. 경매대에 놓인 사과·배 견본품은 공산품처럼 크기가 일정하고 빛깔도 비슷했다. 낱개씩 소포장된 과일이 담긴 견본도 많았다. 경매는 10분도 안돼 끝났다. 경매로 거래되는 농산물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상장을 전제로 한 상대매매로 거래됐다. 가격 결정은 생산자가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협의해 결정된다. *16:00 -하나로클럽 과일매장 같은 날 오후 4시, 농협유통 하나로클럽 양재점 과일 매장. 가족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주부 박은아씨는 매대 위에 설치된 텔레비전 모니터를 통해 사과 생산 및 수확·출하 전 과정을 꼼꼼히 확인했다. 박씨는 곧바로 소포장 사과 봉지에 적힌 숫자를 이력추적시스템에 접속된 컴퓨터에 입력한다. 컴퓨터 화면에는 ‘경북 00 사과작목회의 김철수씨가 우수농산물관리제(GAP) 방식으로 생산해 인증받은 농산물’이라는 내용이 떴다. 김씨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 전자우편 주소도 나와 있다. 박씨는 그제서야 사과를 구입했다. 농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쇠고기 등 축산물에 시범 도입된 생산이력추적시스템이 쌀·과일·채소에도 보편화되고 있다. *20:00 -서울 OO동 아파트단지 맞벌이 주부 김영선씨(32)는 여느 맞벌이 부부처럼 ‘온라인 슈퍼마켓’을 즐겨 찾는다. 그는 종종 회사에서 쌀·찬거리 등을 주문한 뒤 퇴근할 무렵에 물건을 받아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찬거리는 오븐에 살짝 데워 먹는 신선편이 농산물로 구입한다. 과거의 ‘세절 당근’ 등과 같은 단순 가공보다 한 단계 더 진전된 것. 전 세계적으로 2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릴 정도로 인터넷 쇼핑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김씨는 “가정 내 음식 소비량이 줄면서 간식도 한끼 분량만 구입한다”고 말한다. 이를 반영하듯 김씨는 오늘 온라인 쇼핑에서도 경북의 김철수씨가 재배한 낱개포장 사과와 6분의 1 단위로 소포장된 수박을 샀다. 〈김태억〉eok1128@nongmin.com [최종편집 : 200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