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인기]중국산 배·사과 수입허용 안된다    쌀협상 부가합의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전남 나주와 경북 영주 등 배·사과 주산지 농민들은 특히 심하다. 쌀협상을 책임진 정부가 중국산 배·사과에 대한 부가합의 결과를 고의적으로 은폐하는 등 농민과 국민들을 기만한 탓이다. 협상 당국은 부가합의 내용에 대해 농민과 국민들을 세번이나 속였다. 협상과정을 국회는 물론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심지어 협상에 참가한 민간대표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2004년 12월30일 쌀협상 결과를 설명할 때도, 2005년 4월12일 쌀협상 검증결과를 발표할 때도 속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자는 통치에 필요한 근본요체에 대해 첫째, 군사가 튼튼해야 하고(족병·足兵) 둘째, 국민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고(족식·足食) 셋째,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민신·民信)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세번째 민신인데, 이는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얻어야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우리 정부는 부가합의 내용을 세번이나 속임으로써 통치의 근본요체인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우를 스스로 자초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협상결과는 어떤가. 협상당국이 협상결과를 숨길 정도였으니 더 이상 물어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어쨌든 중국산 배·사과는 생산비가 낮아 관세를 다 부담하고 수입해도 국내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중국은 한국시장 진출을 겨냥해 우리 배·사과와 맛과 당도가 비슷한 품종을 재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산 쌀과 함께 배·사과가 사실상 수입허용을 전제로 한 ‘신속한 수입위험평가’ 절차에 따라 조만간 한국에 들어온다면 우리 농업·농촌과 농민들은 어떻게 될까. 9만여농가가 연간 1,100억원 정도의 배를 판매하고 있는 필자의 지역구인 나주를 포함한 배·사과 주산지 농민들의 소득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때나마 농정의 수장을 역임했던 한사람으로서 상상하고 싶지도,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지만 농촌의 피폐화를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고 농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우선 당장은 중국산 배·사과에 대한 ‘신속한 수입위험평가’ 이행합의를 백지화하고, 국내산 배·사과에 대한 목표소득 보전가격제 시행방안 마련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내놓기를 촉구한다. 강조하건대 제발 농민들이 끓어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해 일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농번기철에 또다시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앞에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를 비난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 ☎02-788-2927. 최 인 기 국회의원·무소속 (전남 나주·화순) [최종편집 : 200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