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벼 말고는 없습니까    고품질 쌀을 만드는 데는 대략 5가지 요인이 있다고 한다. 생산단계에서는 밥맛 좋은 품종을 선택하는 것과 질소비료를 적게 주는 것이 핵심이다. 수확 후에는 건조·저장이 미질을 좌우하게 된다. 이와 아울러 가공단계에서는 품종 혼입을 막고 완전미율을 높여야 비로소 고품질 쌀로 대접받게 된다. 이런 요인들은 한두가지만 잘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을 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통일〉벼를 가지고 아무리 건조·저장을 잘하고 완전미를 만든다고 해서 고품질 쌀이 될 수 없듯이 밥맛 하나는 기가 막힌 품종이라도 다른 과정을 소홀히 하면 소비자들은 외면하기 마련이다. 농민들이 요즘 부쩍 벼 품종 선택에 고심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곡종합처리장 역시 마찬가지다. 잘 팔리는 쌀을 생산하자니 품종 선택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고품질이 강조되면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가 〈고시히카리〉 같은 일본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미질이 좋다는 것이다. 밥맛이 뛰어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니 고가 브랜드쌀을 생산하려는 미곡종합처리장에서도 일본 품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소비자들이 선택한 최우수 브랜드쌀인 〈황금빛 노을쌀〉의 품종은 〈고시히카리〉였다. 또 11개 우수브랜드 중 2개가 〈히토메보레〉와 〈고시히카리〉였던 점을 감안하면 품종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해질 만하다. 비록 그것이 소비자들의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올해 우수브랜드 쌀에 도전장을 낸 71개 후보브랜드 중 13개가 일본 품종이다. 일본 품종이 주목을 받는 현상에 대해 농촌진흥청은 벼 품종에 관한 한 우리가 일본보다 못할 것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앞서 있고 〈고시히카리〉는 이미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실패한 품종이라는 것이다. 도열병 등 병해충에 약하고 키가 커 도복피해가 심한데다 수량성도 국내 품종보다 15%나 적다고 한다. 농진청이 자랑하는 고품질 벼 품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일품〉이다. 밥맛 테스트를 하면 〈고시히카리〉〈히토메보레〉 같은 일본 품종은 물론 미국의 〈칼로스〉, 호주의 〈자포니카〉, 중국의 〈상육397〉을 압도한다고 하는데 농민들이나 미곡종합처리장으로부터는 찬밥 신세다. 벼알에 흰반점이 있고 병에 약한 데다 도정수율이 떨어지는 것이 주요인이다. 91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해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지난해 농가에서 많이 재배하는 5대 품종에는 끼지도 못하고 있다. 농민과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고 시장에서 실패를 의미한다. 그런데도 농진청이 고품질 벼 밥맛 시험에는 〈일품〉벼만 들고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왜 농가에서 많이 심는 〈남평〉이나 〈동진1호〉를 가지고는 비교시험을 안하는지 궁금하다. 일본 품종이 판을 치는 것이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그만한 인기있는 스타품종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일품〉을 뛰어넘는 스타품종이 나와야 한다. O02-3703-6100. 오 덕 화 편집국장 〈odwha@nongmin.com〉 [최종편집 : 200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