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쌀 흡수대책이 문제다”    긴급진단-농업전문가 10인이 본 새 양정제도 ‘개편된 양정제도에 대해 안심해도 될까.’ 쌀관련 주요 법률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당장 올 가을부터 공공비축제가 도입되는 등 새로운 양정제도 실시를 앞두고 농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농민신문이 농업 관련 학계·연구단체·농민단체 관계자 10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양정제도의 문제점과 보완대책’에 대해 긴급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은 수확기 쌀 흡수대책 미흡 등을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수확기 쌀 흡수대책이 미흡하다=윤석원 중앙대 교수와 한두봉 고려대 교수, 홍준근 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공공비축제를 통해 매년 300만섬 정도의 쌀을 매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재고량이 넘칠 경우 매입량이 계획에 크게 못미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수확기 쌀 흡수대책이 확실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신기엽 농협조사연구소 부장은 “2001년 가을 약간의 풍작만으로도 농민들은 판로 확보에 큰 애로를 겪었다”며 “이같은 사례로 미뤄볼 때 올 가을 정부 매입량이 지난해 추곡수매 때의 500만섬 이상보다 200만섬 정도 줄어들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판로 찾지 못한 농민들 혼란 겪을 것이다=박기수 울산 농소농협 조합장과 윤교수는 “시가매입을 원칙으로 하는 공공비축제가 도입되면 수확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목표가격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산술적 계산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으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농민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웅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도 “공공비축제는 가격보장이 안되기 때문에 농민들은 수확과 동시에 조기 투매에 나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그 이상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모든 책임은 미곡종합처리장(RPC)에 귀결될 수 있다=임창석 전남 해남 옥천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소장과 신부장은 “올 하반기부터 수입쌀이 시중에 풀리면 계절진폭이 없어져 상인들이 쌀 구매를 기피할 것”이라며 “결국 농민들은 전국에 많은 미곡종합처리장을 갖고 있고, 공익적 기능을 우선하는 농협에서 쌀 매입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요구할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탁명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과 박위원장은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쌀 매입량 증대 요구로 농민과 농협의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고, 김명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곡종합처리장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떠안으라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쌀을 얼마에 매입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재선 서울대 교수는 “농민들은 쌀값이 떨어져도 어느 정도 소득보전을 받겠지만 미곡종합처리장은 별다른 대책 없이 수입쌀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답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한교수는 “정부가 하루빨리 공공비축제 실시 등에 대한 명확한 프로그램을 제시해야만 농민·유통업체·농협이 대책을 세워 어느 정도 시장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교수는 “건조저장시설 확대 등 유통인프라를 구축하고, 연합마케팅 등을 통해 미곡종합처리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고, 박조합장은 “미곡종합처리장의 가공 및 건조저장시설의 현대화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정부 투자가 절실하고, 이와는 별도로 3조원 정도의 쌀 유통지원기금을 조성해 벼 매입자금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총장은 “목표가격이 고정돼 있어 농가의 실질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고정직불금의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고, 홍총장은 “공공비축물량 매입기준 등을 시급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