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증 실태조사 시급    ‘농촌과 농작업 현장은 안전하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농촌에는 자외선·분진·농약·고온다습·불량한 작업자세 등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더 많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농부증’ 등 농작업 관련 직업성 질환은 이 같은 유해요인에 의해 발생된다. 농부증이나 농작업 관련 재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얼마나 문제인지 그 실제와 규모, 즉 정확한 질환과 사고 통계를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농작업성 질환이나 사고에 관한 통계는 거의 없다. 농기계 사고 통계도 농기계 한대당 사고 건수로 집계되는 데 반해 농기계로 일년동안 몇사람이 사망하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참고로 일본은 인구동태조사에서 해마다 농기계 사고로 몇명이 사망하는지 정확한 통계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농작업성 질환과 사고의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 국민건강 관련 통계와 농업생산 관련 통계를 바탕으로 농작업 재해통계를 생산하는 일이 시급하다. 동시에 이제부터라도 농작업성 질환과 사고에 관한 역학조사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농업이 많은 주(州)를 중심으로 농업에의 종사 여부와 어떠한 농업에 종사하는지를 포함해 암과 성인병 및 기타 직업과 관련된 질환들을 총체적으로 10년 이상 추적조사함으로써 암이나 기타 성인병뿐 아니라 농업인에게 어떤 질환이 많은지 등에 대한 자료를 쌓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은 1990년 이후 고위험 집단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연구사업에 ‘농업’을 1차 관리대상으로 정하고 농업인 건강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으며 농업인과 농업인 가족의 상해와 질병 예방도 연구하고 있다. 해마다 400명의 농작업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본도 농림수산성에서 농작업 안전지침을 만들어 지자체 단위로 재해현황을 조사하고 예방목표를 만드는 한편 각종 교육과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농작업 재해 예방과 치료를 위한 대책은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야 ‘농업인 삶의질 특별법’ 14·15조에 농림어업인의 업무상 재해의 관리를 명시한 규정이 제정됐다.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은 이제 ‘농업 경쟁력의 지표’이다.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은 바로 친환경 및 안전한 농산물, 신뢰받는 먹을거리 생산의 밑거름이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건강한 인적 자원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건강한 농업인’을 모토로 농작업성 질환과 사고 역학조사, 농작업 환경 측정 및 평가, 보건안전 교육과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031-299-0440. 이경숙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 연구관〉 [최종편집 : 200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