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역농업·농정이어야 하는가    농업은 각 지역의 자연적·역사적 혹은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지역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지역농업’은 전체 농업의 일부로서 그야말로 ‘지역의 농업’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강조되고 있는 ‘지역농업’은 이러한 의미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의 ‘지역농업’은 막연한 어느 ‘지역의 농업’ 그 자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지역 내 농업인이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일정한 목표 하에 조직화되면서 전개되고 있는 농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지역농업은 1960년대 이후 이른바 기본법농정에 입각한 일본의 농업구조개선정책의 성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으로 등장했다. 개별농가의 규모 확대가 한계에 봉착하자 지역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지역농업’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농업구조개선사업·농특세사업 등에 막대한 자금을 농업부분에 투입했고, 또 119조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 자금들은 우리 농업 내부의 자본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국 농업의 대외경쟁력 확보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며,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1㏊ 미만의 영세소농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농업·농정’은 지역단위의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지역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농업의 추진은 곧 ‘지역농업 조직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물론 지역농업 조직화가 반드시 개별경영 전체의 협업화나 공동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농가의 주체성과 경영기능을 존중하면서 농업의 생산과정 및 유통과정의 적절한 조직화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지역농업·농정’에서는 ‘조직화 주체’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지역농업의 주체로는 영농조합이나 작목반 등의 지역영농조직, 생산자단체인 협동조합, 지역의 관리주체인 지자체 등이 거론된다. 물론 현실에 있어 지역농업의 주체는 각 지역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나 지자체가 지역농업·농정의 현실적인 담당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주민자치·참여자치가 확대되면 지자체의 농정기능도 변화할 것이며, 아울러 지역농협의 개혁이 진전되고 지역영농조직이 발전·정착된다면, 그 이후에는 지역농업의 실천 주체이자 수익주체인 지역농민이 자연스럽게 ‘지역농업·농정’의 주체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농업인 개개인은 이제부터라도 지역농업 바로알기, 지역농정 참여하기 등 구체적인 지역문제의 고민에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O02-585-7731. 유정규〈지역재단 사무국장〉 [최종편집 : 200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