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업 희망있다    정 명 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joungmc@krei.re.kr 최근 우리 농업의 내외여건은 크게 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업개방이며, 내적으로는 농업인력의 노령화와 농가경제 악화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농업개방과 농산물의 수입증가, 농산물가격의 하락, 농가소득의 감소 그리고농업전망의 불투명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우리는 무역으로 나라 경제를 유지해가고 있고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으로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으며 주요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값싼 농산물의 수입뿐만 아니라 품질만 좋으면 우리 농산물도 외국으로 수출이 모두 가능하게 되는 자유시장 개방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도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는 도전의식과, 해외농산물과 경쟁해보겠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다. 경쟁력은 규모와 가격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최종선택에는 품질이 더 크게 작용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영세한 농업에서는 무농약 또는 유기농산물, 기능성 농산물 등 품질고급화를 추구하는 것이 경쟁력을 살리는 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좋은 농산물을 소비자 기호에 맞게 가공·포장하여 신속하게 전달하고 신용을 지키는 마케팅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농민들의 조직 경쟁력이다. 협동심이 강한 조직으로 농민들이 똘똘 뭉쳐 생산과 가공·저장·유통을 연계 추진한다면 가격도 보다 낮출 수 있고 품질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유통능력도 크게 신장되어 국제화의 파고를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쌀 협상도 의무수입물량을 국내 소비량의 8%까지 늘리고, 그것도 이해당사국들의 지분율을 일정 부분 보장해가면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특별관세를 얻어내고 관세화로 가는 것보다 장기적으로는 유리하지 않다. 우리 농업을 살리고 쌀을 살려내려면 지금부터 쌀의 수출시장 개척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지, 울타리만 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길게 잡아도 10~15년 후에는 모든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의 농업도 자유시장으로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우리 농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수출시장 개척에 정부와 농민들이 단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농산물 중에도 이미 수출시장을 개척하여 경쟁력을 가진 품목들이 많이 있으며 그 외에도 수출이 가능한 품목들이 있다. 이들 품목들은 조금만 더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조정하면 우리 농업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중국시장에도 수출이 가능하다. 중국의 시장은 저급 소비층에서 고급 소비층까지의 격차가 커 고급시장을 목표로 고품질 농산물을 그들 기호에 맞게 만들기만 한다면 시장 확보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 품종개발 및 생산기술 전문가와 사후처리 및 가공 전문가, 그 품목의 국제수급관계 전문가, 정보 전문가 그리고 그 품목조합의 농민을 포함하는 전략팀을 만들어 생산에서 시장개척까지 시도해보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몇가지의 품목이 중국·일본 등에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 우리 농업도 살아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농업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까다롭기는 하지만 사 먹어줄 경제적 능력이 충분한 일본의 소비시장을 곁에 두고 있어 농업개방이 꼭 불리하지만은 않다. 이러한 기회를 앞에 두고 농정의 방향을 세우지 못해 고민하는 정부와 농민단체들의 패배의식도 고쳐져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농업을 잘만 이끌어가면 전망은 있다. 도전이 필요하고 그 도전을 위해 함께 일할 지도자가, 그리고 이를 따라줄 후계인력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02-3299-4221. [최종편집 : 200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