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농업인 삶의질 기본계획 시급    지난해 제정된 ‘농림어업인 삶의질 향상 및 농산어촌 지역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삶의질 향상위원회는 정부가 마련한 관련 기본계획 심의를 지난 2월1일 보류하였다. 이 계획은 농림부가 실무를 맡아 재정경제부·교육인적자원부·환경부·기획예산처 등 15개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여 만든 것이었다. 법 시행 후 최초로 수립된 이 계획은 향후 5년마다 다시 세워질 기본계획의 시금석으로서, 그리고 매년 수립·시행해야 하는 시·도 및 시·군계획의 준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심의는 보류됐지만 알려진 계획에 의하면 정부는 ▲복지기반 확충 ▲교육여건 개선 ▲지역개발 촉진 ▲복합산업 활성화 등 4대 분야에 올해부터 2009년까지 20조2,000억원을 투자, 농업인 삶의질 향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14대 주요과제와 139개 세부추진과제도 선정했다. 심각한 공동화현상을 겪고 있는 농촌을 회생시키기 위해 정부가 ‘삶의질’이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복지·교육·지역개발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이 사실상 농업을 포기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대증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이 선행 또는 병행돼야 하고, 농산어촌 투자유치 활성화 관련 법의 내용도 일부는 보완해야 한다.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업인의 삶의질 향상이나 지역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전제로, 정부는 기본계획을 하루 빨리 확정해야 한다.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의 수립·시행은 법 규정에 명시되어 있듯이 15개 부처를 포함한 정부의 의무사항이다. 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2005년의 구체적인 시행계획이나 시·도 및 시·군 계획의 수립·시행이 순차적으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시급하게 집행하여야 할 정책들이 실기를 하게 될 우려가 크다. 다음으로 법 집행의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 법의 목적(제1조)은 농림어업인의 삶의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또 기본이념(제2조)는 도·농 간 생활격차를 해소하고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농산어촌 주민이 도시지역 주민과 균등한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농업·농촌·농업인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기초로 농업인과 전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2009년까지의 기본 계획뿐만 아니라 10년, 20년 단위의 장기계획의 틀 속에서 법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농업인 삶의질 향상을 통해 농촌도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들려면 먼저 농촌주민의 삶의질에 대한 실태 파악이 정확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촌주민의 참여와 지역 리더의 육성, 예산확보 및 투명한 예산 집행 등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모두가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02-533-7744. 김병문〈변호사·서울대 농업법 강사〉bmw25@chollian.net [최종편집 : 200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