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 농촌은 쓰레기 ‘몸살’    수풀에 숨기거나 논밭에 몰래버려 휴가철인 요즘, 올해도 어김없이 농어촌지역은 피서객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피서객들이 몰린 강원지역 계곡과 해수욕장은 쓰레기가 이곳 저곳에 널려 있다. 음식물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은 물론 스티로폼 조각, 빈 음료 병 등이 여기 저기에 방치돼 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지난 3일 해수욕장과 녹차밭 등 관광지가 많은 전남 보성군 회천면 일대. 지방도로 주변에 마련된 쉼터에는 수박껍질과 컵라면 용기, 음식 쓰레기 등을 담은 비닐 봉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들은 차량을 이용해 밤에 인근 논밭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남의 산청·남해·밀양 등 피서지도 휴가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수북하다. 일부는 돌 밑이나 풀섶 등에다 쓰레기를 숨겨 놓아 찾기도 힘들어 썩는 냄새를 풍기고 있다. 농어촌 주민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원 강릉시 송천계곡 주변의 송인숙씨(41)는 “피서객들이 휴식하는 곳은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라며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쓰레기는 되가져 가는 성숙한 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전남 보성군 회천면 김모씨(56)는 “쓰레기를 아무데나 마구 버리는 얌체 행위가 너무 지나치다”면서 “차라리 눈에 보이는 곳에 두면 치우기라도 할 텐데, 돌 틈이나 수풀 속에 몰래 버리고 가면 어떡하느냐”며 자성을 촉구했다. 이처럼 피서지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방자치단체와 농업인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곳도 있다. 민속박물관이라 불리는 충남 아산시 외암마을은 최근 민박 이용객을 중심으로 쓰레기 배출에 관한 사전 교육을 강화하고 부녀회가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다. 이 마을의 심동주 이장은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쓰레기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쏟고 있다”고 밝혔다. 농어촌 지방자치단체들도 “피서철 쓰레기 불법투기가 심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쾌적한 농촌환경 보호를 위해 피서객 스스로 깨끗한 휴가 보내기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휴가철엔 농기계 통행과 농산물 수송차량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로까지 피서객 승용차들이 점거해버려 농기계 운행에 지장을 주고 있으며, 고속도로 정체로 경매시간을 놓쳐 애써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못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 평창군 대화농협 김덕철 판매과장은 “휴가철에는 도로가 막혀 경매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휴가철만이라도 농산물 수송차량에 대해 버스 전용차로나 갓길 운행을 허용하는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인 신판범씨(46·경남 거창군 위천면)는 “휴가철에는 도로가 꽉 막혀 신선채소를 내다 팔려는 농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라며 “농촌을 찾아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당국이 교통문제 해소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