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곡처리장 ‘진퇴양난’    “고품질 쌀 생산 하라면서 지원은 줄여…” 농협 미곡종합처리장들이 쌀 고품질화 정책방향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농협은 쌀 고품질화를 위해 친환경재배를 확대하고 기능성 쌀과 특색미를 개발하는 등 품질개선에 주력하고 있지만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기반시설인 미곡종합처리장의 시설부족과 노후화로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정부가 경영평가제를 도입하고 농협 미곡종합처리장도 시장논리에 따른 수익 중심의 경영에 나설 것을 요구하면서 조합들은 경영에 큰 부담을 안겨주는 고정투자를 피하게 돼 진퇴양난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충남의 한 지역농협 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는 “품종단일화와 친환경재배로 생산 측면에서는 품질이 나아지고 있지만 미곡종합처리장 시설이 노후화돼 수율이 정상보다 1~2% 떨어지고 싸라기와 금간 쌀 등이 많이 생겨 자체적인 시설 증·보강 투자를 검토했지만 정부 지원이 축소되는 마당에 6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조합 부담만으로는 감당키 어려워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때는 조합 자부담으로 쌀 고품질화를 위한 시설을 일부 교체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수익 중심으로 경영을 평가하기 때문에 흑자를 내도 고정투자보다는 경영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농협의 한 관계자도 “조합 미곡처리장은 경영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게 현실인데도 수익을 내라고 하니 따라가기는 하지만 농업인들에게 좋은 쌀을 생산하라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가공·저장 등 시설은 10년이 훨씬 넘어 미질 관리를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해 쌀 고품질화 노력이 말로만 그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들은 쌀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농가의 고품질화 노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투자부터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